화려한 봄날도 지나고
신록의 싱싱함도 지난 이 길에서
나는 그렇게 꿈처럼 다녀간
청춘이 아쉽고 또 그립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똑같은 무게와 시간을 두지 않는다. 언제부터는 봄이 없는 듯 모진 추위를 견디고 나면, 바로 뜨거운 햇빛과 더운 바람을 가지고 오는 여름이 가까이 있었다.

겨울에서 몸을 돌려 여름으로 가는 그 사이에 봄은 살짝 다녀간다. 우당탕탕 급작스럽게 꽃을 한 아름 안기더니 서운함을 느낄 시간도 없이 봄은 그렇게 멀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신록의 잎들이 꽃을 대신하여 나무 가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리고 여린 잎들은 봄의 심술궂은 바람으로 요란스럽게 흔들리기도 한다. 여름을 알리는 굵은 비라도 내리면 물기를 머금은 잎들은 힘겨운 모양으로 버텨내고 있다. 계절은 인간들 꿈속에 다녀간 봄을 추억할 시간마저 주지 않는다.

봄이면 우리 집 앞 가로수는 벚꽃동굴을 이룬다. 아이들은 연신 휴대폰으로 벚꽃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수없이 찍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몇 장의 사진을 골라 자신의 인스타에 올려둔다. 화려한 벚꽃과 빛나고 있는 청춘이 어우러져 실제보다 더욱 아름답다. 벚꽃을 보면서 난 나의 아이들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아직도 순수하고 아름다움에 열정을 담아 감탄사를 연발하고, 표현도 너무 예쁘고 다양하게 한다. 자신들이 누리는 이 젊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젊음을 보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말이다. 아마 말을 해 준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까지 닿지는 않을 것이다. 벚꽃이 순식간에 지고 나면 그 분홍색 꽃잎이 너무나 그립듯 우리는 젊음을 그렇게 보낸다.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싱그러운 잎들의 향연이 진동하니 꽃향기와는 사뭇 다르다. 청정한 공기가 호흡과 함께 온 몸을 타고 흘러 들어간다.

화려한 봄날도 지나고 신록의 싱싱함도 지난 이 길에서 나는 그렇게 꿈처럼 다녀간 청춘이 아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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