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진정한 사람을 필요로 할 때
달려올 사람은
그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해가 지고 짙은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 그 고요함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반쯤은 보이는 세상과 또 반쪽은 보이지 않는 세상 사이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결정이라기보다 옆을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기에 누군가의 온정이 필요할 때, 더러는 혼자 그 시간을 버텨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늘 곁을 지키는 사람에게 존귀함을 느끼기 위한 위대한 이의 큰 그림의 배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시간의 누군가는 꼭 정해진 사람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달이 뜨는 광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지만, 차 한 잔 사이에 두고 척하는 마음 없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쳐 보이는 진솔한 사람이면 된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제 마음 감추고 힘들게 웃고 살아온 사람에게도, 누구의 지지와 관심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질책에 자신감 무너진 사람도, 제 생각이 언제나 주장이 아닌 핑계로 평가받는 사람에게도 늘 누군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주위에는 늘 사람의 온정의 모습들이 있겠지만, 당신이 정작 필요로 할 때 그 누군가는 이미 떠나고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간혹 사람 중에서도 전쟁 중인 군인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민간인의 신분으로서는 감히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아주 어렵고 힘든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리한 전쟁을 경험하면서 더러는 전쟁을 피해서 도망을 가기도 하고 더러는 장렬히 전사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은 전쟁터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배신을 하기도 하고, 총알처럼 차가운 말들과 폭력으로 상대를 여럿이 죽이기도 하고,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전쟁은 끝나는 시점이 있고 누군가의 이익이 있겠지만 우리네 싸움은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종전을 선포하지만 또 그리고 너무나 쉽게 그 지역은 전쟁터로 변한다. 아마 죽음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면 전쟁은 막을 내릴 것이다. 이미 그때는 전쟁의 역사를 살펴볼 당사자는 없을지 모른다. 우리에게도 영원한 평화협정만 있을 것을 기대한다. 당신이 진정한 사람을 필요로 할 때 달려올 사람은 그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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