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106회 연산군, 신하들 앞에서 조의제문을 풀이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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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106회 연산군, 신하들 앞에서 조의제문을 풀이하다.(3)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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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1498년 7월 17일 2번째 기사에 실린 조의제문을 읽어보자.

“정축 10월 어느 날, 나는 밀성(密城)으로부터 경산(京山)으로 향하여 답계역에서 자는데, 꿈에 신(神)이 칠장(七章)의 의복을 입고 헌칠한 모양으로 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초(楚)나라 회왕(懷王)의 손자 심(心)인데, 서초패왕(西楚霸王)에게 살해되어 침강(郴江)에 잠겼다.」 하고 문득 보이지 아니하였다.

丁丑十月日, 余自密城道京山, 宿踏溪驛, 夢有神披七章之服, 頎然而來, 自言: "楚懷王 孫心爲西楚霸王所弑, 沈之郴江。因忽不見。

내용이 중요하여 한자 원문과 대조하며 읽는다. 그런데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조실록」인터넷 사이트엔 ‘침강(郴江)에 잠겼다’가 ‘빈강에 잠겼다’로 번역되어 있다. 한자 침(郴)을 빈(彬)으로 알고 잘못 번역한 것이다. 앞으론 조선왕조실록도 오역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읽어야 겠다.

이어서 김종직의 글을 읽는다.

“ 나는 꿈을 깨어 놀라며 생각하기를 「회왕(懷王)은 남초(南楚) 사람이요, 나는 동이(東夷) 사람으로 지역의 거리가 만여 리가 될 뿐이 아니며, 세대의 선후도 역시 천 년이 휠씬 넘는데, 꿈속에 와서 감응하니, 이것이 무슨 상서일까? 또 역사를 상고해 보아도 강에 잠겼다는 말은 없으니, 정녕 항우가 사람을 시켜서 비밀리에 쳐 죽이고 그 시체를 물에 던진 것일까?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고, 드디어 문(文)을 지어 조문한다. ”

余覺之, 愕然曰: "懷王 南楚之人也, 余則東夷之人也。 地之相距, 不啻萬有餘里, 而世之先後, 亦千有餘載。 來感于夢寐, 玆何祥也? 且考之史, 無沈江之語, 豈羽使人密擊, 而投其屍于水歟? 是未可知也。" 遂爲文以弔之。

정축 10월 어느 날, 김종직은 답계역에서 자면서 꿈을 꾸었다. 초나라 회왕의 손자 심 즉 의제가 꿈에 나타나 서초패왕 항우에게 살해되어 침강(郴江)에 잠겼다고 말한 꿈이었다.

심은 진(秦)나라 말기에 다시 세워진 초(楚)나라의 왕 의제(義帝 ?~BC 206)이다. 성(姓)은 미(芈) 이름은 심(心)으로 미심(芈心)이라고 불린다. 그는 전국시대 말기 진(秦)에 억류되었다가 죽은 초(楚) 회왕(懷王,?~BC 296)의 손자로, 초나라 멸망 후에 양(羊)을 키우며 숨어 지냈지만, BC 208년에 항량(項梁 항우의 숙부)이 초(楚)를 다시 세운 뒤에 회왕(懷王)으로 옹립되었다가 BC 206년에 항우(項羽 BC 232~202)에 의해 살해되어 침강(郴江)에 던져졌다.

예림서원 (경남 밀양시 소재 (사진=김세곤)
예림서원 (경남 밀양시 소재 (사진=김세곤)
예림서원 안내판 (사진=김세곤)
예림서원 안내판 (사진=김세곤)

이제 김종직이 지은 조문이다.

“하늘이 만물의 법칙을 마련하여 사람에게 주었으니, 惟天賦物則以予人兮,

어느 누가 하늘·땅·도(道)·왕의 네 가지 근본(四大)과 인·의·예·지·신의 다섯 가지 윤리(五常)를 높일 줄 모르리오. 孰不知尊四大與五常?

그 법도가 어찌 중화라서 풍부하고 동이에는 부족하며, 匪華豐而夷嗇,

예전에만 있고 지금엔 없으랴. 曷古有而今亡?

그러므로 나는 천년 뒤의 동이 사람이지만 故吾夷人, 又後千載兮,

삼가 초나라의 회왕을 조문하노라. 恭弔楚之懷王。

옛날 조룡(祖龍 : 진시황)이 포학을 자행하여 昔祖龍之弄牙角兮,

사해(四海)의 물결이 검붉은 피바다가 되었네. 四海之波, 殷爲衁。

상어나 미꾸라지(큰 나라나 작은 나라의 비유)도 어찌 스스로 보전하랴 雖鱣鮪鰍鯢, 曷自保兮,

그물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하였네. 思網漏而營營。

당시 전국시대 여섯 나라의 후손들은 時六國之遺祚兮,

숨고 도망가서 보잘것없는 백성으로 전락했네. 沈淪播越, 僅媲夫編氓。

진시황(秦始皇 B.C.259~210 재위 B.C.246~210)은 B.C. 221년에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秦,B.C.900년경~206년) 황제이다. 전국칠웅(戰國七雄)의 여섯 나라, 즉 한(韓), 조(趙), 연(燕), 위(魏), 초(楚), 제(齊)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중국 천하를 통일했다. 이후 진시황은 분서갱유 등 포악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진나라는 15년만인 B.C. 206년에 망하고 항우와 유방이 천하의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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