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무인도가 그립다
사람들 속에서 더욱
외로워지는 이유는
작은 배려와 진심이 없고
그저 척만 있기에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아이가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외로워! ”라고 말을 하면 난 언제나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늘 외롭다고 말이다. 난 알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아이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혹 아이들이 그 외로움에 지쳐서 외로움보다 더 큰 고통의 틈바구니 사이에 끼일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늘 끝 대답은 “엄마도 외롭다”였다. 엄마들의 고질적인 병이 나에게도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여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일. 하지만 내일 아이는 또 말할 것이다. “엄마 나 외로워” 그러면 같은 대답으로 아이들의 외로움을 모른 척 할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라는 큰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뜻에도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관계가 잘못된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모이면 대개 시끄럽다. 사람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주신 거룩한 이유를 잊어버리고 입만 살아서 사람들의 감정의 골을 헤집고 다닌다. 웅웅거리는 벌레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매미들의 합창 소리를 몇 시간째 듣고 있다 보면 사람들 속에 있는 일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문 같다.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어야 하며, 간혹 뜬금없는 그들의 질문에 아주 간단하게 답을 해 주어야 하니 머리는 어지럽지만 깨어있어야 한다. 사람들 속에서 나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가 그립다. 사람들 속에서 더욱 외로워지는 이유는 나에 대한 작은 배려와 진심이 없고 그저 척만 있을 뿐이라서 그렇다.

오늘도 사람들의 홍수 속에서 살았구나 싶으면 짙은 어둠이 나의 시간을 데려다준다. 온전한 어둠과 함께하는 오롯한 나의 시간이다. 주위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에 가깝다. 보이는 것은 어둠을 조금 빗겨내고 있는 조명 불빛뿐이다. 그 조명마저 꺼져버리면 나도 이 어둠에 묻혀서 구별이 힘들어질 것이다. 작은 불빛 하나와 그리고 나, 나의 외로움을 위한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참으로 좋다. 나를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는 이 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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