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칼럼] 마산어시장 합천식당 한번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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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칼럼] 마산어시장 합천식당 한번 가보시죠!
  •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 승인 2020.10.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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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9월 말, 의령에서 메론 농사를 짓는 후배를 찾았다. 경상대 농업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최고의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차근차근 실천해가는 멋진 친구다. 촌에서 농사를 지어도 평탄한 삶을 꾸려갈 수 있어 젊은이들이 지역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후배의 포부를 들으며 경남 의령 나아가 한국 농촌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날 후배는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의령 망개떡 김가네’를 성공시킨 친구도 소개해 주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 지면서 지역특산품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이날 태어나서 가장 맛있는 메론과 망개떡을 먹을 수 있었다.

고향과 지역을 열심히 지켜가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이다. 시골 인구가 감소하면서 촌의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자녀들이 커감에 따라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주변 도시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후배들도 마산에 거주지를 두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마산에서 의령 메론농장과 망개떡 방앗간으로 출퇴근하는 것이다. 후배들은 모두 전기차를 몰고 있었다. 매일 출퇴근하는데 100Km 이상 달려야 하니 전기차가 아니면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메론 농장을 하는 후배에 따르면 휘발유 차를 이용할 때 월 70만 원 이상 기름값이 들었는데 전기차는 4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촌놈이 최신 전기차를 타고 마산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십수 년 만에 찾은 마산은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느낌과 함께 오랜만에 온 외가와 같은 정겨움으로 가득했다. 마산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건아구찜에 1929년에 출시되었다는 무학소주 ‘청춘’을 곁들였다. 이 맛좋은 소주 ‘청춘’을 서울에서는 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밤이 깊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 두 배의 소주를 마셨는데도 마산 바닷바람의 영향인지, 청춘을 마셔 청춘을 되찾은 것인지 다음날 상쾌한 새벽이 찾아왔다. 마산에 왔으니 어시장 순례를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새벽에 운동 겸 어시장 경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연근해 어선들이 잡은 생선을 경매하는데 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생선을 낙찰받은 중매인들은 곧 물건들을 자신들의 가게로 옮기면 부지런한 소비자들은 조금 더 싱싱하고 저렴하게 생선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다. 다양하고 싱싱한 생선들을 보며 덩달아 나도 싱싱해진 듯하여 즐거운 아침 산책이었다.

어시장을 거의 다 둘러 보았을 무렵 경매를 마친 어부들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밤새 고기잡이를 마치고 경매로 마무리한 분들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그 무리를 따라나섰다. 시장 끝 편에 다다르자 허름한 식당이 나타났고 그분들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마산어시장의 합천식당이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메뉴는 한가지 백반이었다. 단돈 4천 원, 놀라운 가격이다. 백반을 주문하자 큰 쟁반에 10개가 넘는 정갈한 반찬과 함께 갓 지은 따뜻한 쌀밥이 나왔다. 며칠 바다에 나가 고생하였고 경매로 작지 않은 돈을 손에 넣었을 텐데 4천 원 백반에 행복해하며 식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간판은 바꾸지 못해 낡았어도 정성을 다해 새벽부터 밥을 짓는 합천식당 할머니는 더욱 아름다웠다.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가지이다. 외지인이기에 약간의 바가지는 추억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게임에서 진 것처럼 억울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데 이번 의령과 마산 여행에서 만난 상인들은 오히려 내가 돈을 덜 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만큼 좋은 물건들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집중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촌에서 농사를 지어도 평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후배의 포부까지는 아니어도 이렇게 살기 좋은 마산 같은 지방 중소도시까지 쇠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이 되면 마산에 살지는 못해도 마산어시장 골목 합천식당에서 맛있는 백반 맛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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