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욱칼럼] 월북과 ‘빨갱이’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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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욱칼럼] 월북과 ‘빨갱이’ 낙인
  • 전수욱 경영학박사‧슘페터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0.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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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욱 경영학박사
전수욱 경영학박사‧슘페터경영연구소 소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전수욱 경영학박사‧슘페터경영연구소 소장] 월북은 북한의 정치 체제에 공명하여 대한민국을 떠나 한반도의 군사 분계선을 넘는 것을 말한다. 해양경찰청은 9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24일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월북의 근거는 사망한 공무원만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북한이 파악하고 있고 해당 공무원이 월북 의사를 북한에 표명한 정황이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를 보면, 실종 당시 조석·조류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이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해경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북한의 등산곶 인근 해상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월북의 동기는 해경이 사망 공무원의 금융 계좌를 조사한 결과 도박 빚이 2억6800만원에 채무만 3억3000만원에 달해 채무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낙인은 씻기 어려운 부끄럽고 욕된 평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회는 물리적·사회적·도덕적 오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다. 우리는 깨끗함을 좋음으로 오염을 나쁨으로 동등시하여 깨끗한 일과 오염된 일에 도덕적 의미를 붙인다. 사회는 이 의미로 깨끗함을 신성시하고 오염된 것에서 격리하려 노력하는 데, 우리 사회의 최고의 오염은 ‘빨갱이’이다. 이 빨갱이는 1950년 2월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상원의원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여성 공화당원 대회에서 “국무부 내 공산주의자 205명의 명단이 여기 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빨갱이 낙인으로 과학자 로젠버그 부부가 사형 당했으며, 찰리 채플린이 쫓겨났고, 아인슈타인과 월트 디즈니, 트루먼, 그리고 아이젠하워 대통령까지 의심받았으며 용공 시비로 5,300여 명의 공직자가 옷을 벗었다.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 후 반공이데올로기를 만들어 군사정권과 반민족행위자의 권력과 부를 유지·축적하기 위해 ‘빨갱이’ 낙인이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간첩조작이다. 1967년 황해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 북한에 피랍됐다 귀환한 어부의 사건처럼 근거 없이 악독한 고문으로 한 사람이 간첩으로 몰리면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빨갱이’로 낙인찍힌다는 것을 보여준다. ‘빨갱이’ 낙인은 감시와 멸시, 그리고 인격의 말살로 이어져 한국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지금도 국회나 보수집회, 극우 유튜브, 보수언론들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집단이나 사람에게 심심찮게 ‘빨갱이’라는 단어로 낙인찍곤 한다. 또한, ○○일보는 9월 30일 칼럼에서 근거 없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빨갱이로 모는 기사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다.

피살 공무원의 가족은 대통령도 당하는 ‘빨갱이’ 낙인을 피하기 위해 월북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아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아빠가 다니는 학교에 와서 직업을 소개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으며,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에 38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쓰고 있다. 또한 아들은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며, 나라에서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제시하고 있으며,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고 있다. 피살 공무원의 형은 “동생이 실종되어 30여 시간의 해상 표류 기간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은 북한의 NLL(북방한계선)로 유입됐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피살 공무원의 가족은 월북으로 확정될 경우 근거 없는 ‘빨갱이’ 낙인이 자신들의 삶에 엄청난 고통을 줄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빨갱이’로 낙인찍던 보수야당, 보수언론, 보수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피살된 공무원의 가족 편에 서서 월북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니 이젠 더 이상 근거 없는 ‘빨갱이’ 낙인은 우리사회에서 사라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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