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자연의 가을 속에 사람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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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자연의 가을 속에 사람의 모습이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0.1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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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따라 함께 흘러와서
어제 이야기를 오늘처럼 이야기하고
내일 보지 못해도
그 다음 날을 위해 참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자연 속에 가을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떠나보내고 비워내기를 하고 있다. 아직도 난 제대로 비우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사는 사람인데 이네들은 일년을 천년처럼 살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벚꽃으로 가득했던 그 나무는 이제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보내고 마음만 남아서 덩그렇게 그냥 그렇게 서 있다. 다람쥐의 양식이 되었던 굴밤나무들은 아직도 다람쥐의 겨울이 걱정스러운지 잎을 달고 마지막의 붉음을 지키고 있다. 감나무들의 잎은 이제 수명을 다하고 아래로 떨어져 겨울을 준비하듯 감나무 뿌리에 앉아서 내년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휑하게 서 있는 감나무에는 붉은 감이 하늘의 햇살을 잠시 피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새의 방문을 기다리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이 감도 없어지면 나에게 겨울이 실감날 것이다. 자연에 속한 그들은 참으로 솔직하다. 그리고 아집도 없이 시간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다가 간다. 그들에게도 미련이 있을까? 지난 봄에 피운 꽃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리고 힘들게 닥칠 겨울의 바람을 무서워할까? 모르겠다. 아마 나는 그들이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모양대로 나도 제대로 삶을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가을의 바람이 호수 표면을 간질이면 호수는 물결로 응답을 한다. 그 물결 위에는 가을이 내려앉지 못한다. 햇살 받은 물결이 은빛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바람에도 햇살에도 반응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호수 자체로 있는 곳에는 가을을 담아내고 있었다.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는 노랗고 붉은 나뭇잎들은 그 자체로 색을 뿜어내고 있다. 물속에 잠긴 가을은 나무들이 하늘이 아닌 호수의 끝으로 향하고 있으며, 혹 벌레 먹은 나뭇잎도 말라버린 잎도 지워내고 온전한 가을의 모습만 보여 줄 뿐이다.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는 가을의 단점보다 가을의 긍정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의 마음이 호수의 물처럼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타인의 모습에 더욱 관대할 수 있으리라.

오늘 벚꽃나무도 목련도 마당을 가득 메웠던 장미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사람에게도 각인된 너를 남겨두고 떠날 때가 있다. 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리도록 설레었던 적이 있었고 너를 만나고 떠나는 이별이 싫어서 시간을 붙잡아 밧줄로 꽁꽁 묶어두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면 들꽃들의 소소함이 그립듯이 나의 사소한 감정들에 녹아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시간 따라 함께 흘러와서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처럼 이야기하고 내일 보지 못해도 그 다음날을 위해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내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있는 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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