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가을 달빛 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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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가을 달빛 차회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0.12.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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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현명함
소중한 인연들을 잊지 말라는 지혜
달빛에 젖고 차향에 취해
추운 줄도 모르고…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한 달 중에 오늘은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이다. 그 달빛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감성을 담아 차회를 연다. 시간을 정하고 달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를 택해서 소박한 찻자리를 한다. 찻상 중앙에는 다화들이 자리를 잡고 급하게 내려간 기온으로 추울 것을 미리 짐작하여 촛불을 켠다. 찻상 위에 비취는 촛불 몇 개와 호수 위에 내려앉은 달과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너무 밝고 좋아 내 가슴속으로 그리움이 가득 들어온다. 따스한 기운이 심장을 거쳐 단전까지 내려가는 동안 나는 그간의 슬픔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지나간 시간보다 중요한 지금 이 시간에 감사하기로 하자. 늘 지나간 시간에 잡혀서 오늘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죽을 것 같았던 지난 아픔보다 오늘의 차분한 이 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함께하고 있는 여기 이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 달빛과 별빛에 빛나던 얼굴들이 촛불이 더해져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는 함께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오늘 이 시간은 나와 나의 벗들이 오롯이 함께 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벗들은 나의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나에게 아픔을 준 인연도 나에게 기쁨이나 즐거움을 선사한 인연도 나에게 그리움으로 다가온 사람도 있었다. 내가 살면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우울하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잣대로 정확하고 선명하게 선을 긋고 인연들을 내편과 적으로 구분했다. 나의 것들을 빼앗아 가고도 염치없이 살고 있는 사람, 나의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 나에게 갑질을 일삼으며 관심이며 사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그리움으로 다가서지는 않을 것 같다. 시간과 세월을 어쩔 수 없이 공유하지만 나의 오늘 이 차회에는 그들이 없어 더욱 좋다. 나는 가끔씩 전생을 원망한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 현생에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찻자리가 무르익어 생각들도 평온해졌다. 밤이 깊어질수록 추위가 심해진다. 뼛속까지 초겨울 바람이 스며든다. 달빛에 젖고 차향에 취해서 추운 것 정도는 감수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만개한다. 이야기 속에 시 같은 노래소리가 들린다. 노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긴 노래는 시작되어 진다. 우리가 언제 큰 꿈만 꾸고 살았던가? 너와 그리고 나, 우리면 되는 것을. 오늘의 차회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나에게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현명함을 주었고, 소중한 인연들을 잊지 말라는 지혜를 주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나에게 얼마나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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