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길에는 탁 뜨인 바다를 보며 회를 즐길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식당이 있다. 물회로 유명한 봉포머구리집이다. 봉포는 지명이고 머구리는 잠수부를 일컫는 옛말이다. 해녀와 구분하여 잠수를 전문으로 물질하는 남자를 머구리라고 부른다. 머구리는 잠수복을 입고 수면 위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으면서 바다에서 전복, 해삼, 멍게 등을 잡는다. 봉포머구리집은 머구리 일을 하시던 분이 자신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팔기 위해 차린 식당이다. 처음 작게 시작한 식당은 워낙 신선한 해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팔다 보니 손님이 몰려 이제 빌딩 전체가 횟집인 규모로 성장했다. 이렇게 커진 후에도 맛과 가격을 유지해 대기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야 물회를 맛볼 수 있다.

속초 영랑호를 산책하다 보면 작고 낡은 간판 앞에 오전 10시부터 긴 줄이 늘어선 곳을 볼 수 있다. 장칼국수로 유명한 정든식당이다. 휴가철은 물론 사시사철 정든식당 앞에는 칼국수를 맛보고자 하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그래서 사람들은 먼저 주문을 한 후 영랑호를 얼마간 산책한 후에 칼국수를 먹기도 한다. 속초를 다니다 보면 손에 만석닭강정 상자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속초 만석닭강정은 속초를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꼭 사가야 하는 명물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바다도 보고 산도 오르고 들녘도 있으며 서울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적합한 장소로 찾은 곳이 속초였다. 속초에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고 한 달에 열흘은 머무르고 있다. 장사항에서 남쪽으로 외옹치해수욕장까지 걷기도 하고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아야진까지 하이킹도 떠난다. 설악산도 가까워 울산바위로 등산도 하며 지내고 있다. 양양에 농사를 짓는 어르신도 있어 가끔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품삯으로 신선한 채소도 받아먹는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주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있다.

속초에 머무를 때는 웬만해서는 식사를 집에서 하지 않고 밖에서 사 먹는다. 속초에 내려간 초기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하지 않고 맛집을 찾고 싶어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크게 잘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속초는 짧게 휴가를 내서 온 관광객을 상대로 엄청난 바가지로 씌우는 것을 개의치 않는 관광지 특유의 속성을 가진 도시였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보다 훨씬 회가 비싸고 질도 낮은 곳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변의 식당들은 서울의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받으면서도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아바이마을의 카페와 식당들은 저렴한 품질과 높은 가격으로 어리숙한 서울 촌놈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구글 지도를 통해 맛집을 검색하였고 이곳에 올라온 후기를 통해 가지 말아야 할 집과 가도 되는 가게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속초의 바가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어느 가게가 무리하게 장사를 하는지 반면 상도의를 지키는 가게는 어디인지 안내해준다.

속초에 내려가 살다 보니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가운데 장사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동갑의 친구도 있다. 손님이 적은 시간 이 친구와 술 한잔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왜 서울 사람들이 봉포머구리집과 정든식당 그리고 만석닭강정에만 몰려가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어 구글 지도에서 음식점을 검색하고 후기를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이것 다 광고 아니냐고 되물었다. 물론 광고가 들어간 검색사이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검색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봉포머구리집과 정든식당과 만석닭강정이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속초에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이 많아서라고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바가지를 쓰면 공평하지 않은 상황 속에 게임에서 패배했다는 느낌이 들어 복수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바가지 식당을 응징할 수 있는 복수의 통로가 열린 것이다. 그래서 바가지를 씌우는 식당은 망하고 착한 식당은 흥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