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병에 걸리는 경우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병이 낫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질병관리본부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 11월 초 아내와 함께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했다가 오히려 병에 걸렸다고 기막혀 했다. 자신은 괜찮았지만 3일쯤 지났을 때 아내에게서 이상증상이 나타났다고.

등 쪽에서부터 좁쌀 같은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며칠 만에 가슴까지 번졌고 통증이 생기기도 했다. 예방접종을 했던 병원을 찾아가니 대상포진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접종을 했던 것인데 오히려 병에 걸리다니 황당했다고. 병원과 제약회사 등에도 항의했지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유 씨는 “생백신이라 그럴 수 있다는데 무슨 소린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17만 원이나 주고 예방접종을 했는데 주사 비용을 날렸을 뿐 아니라 치료비까지 물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백신은 크게 사백신과 생백신으로 나눌 수 있다. 사백신(불활성화 백신)은 죽은 균을 이용해 만든 항원을 몸에 주입하는 것으로, 그 균에 대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죽은 균을 사용하기 때문에 질병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항체를 만들어내는 정도도 약해 여러 차례 맞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생백신(약독화 생백신)은 살아있는 균을 약화시켜 독소를 줄이고 면역성을 유지시키는 백신을 뜻한다. 생백신은 사백신에 비해 대부분 효과가 좋지만 신체의 면역력이 약화됐을 때에는 오히려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등)을 복용하고 있을 때 접종하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생백신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맞을 수 없는 등 제한이 있다.

소위 독감 주사라고 불리는 인플루엔자나 A형간염, B형간염 등은 사백신이다. 수두, 대상포신, 황열, 로티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생백신에 속한다. 일본 뇌염 주사는 사백신과 생백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외에는 소비자가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 씨의 경우 대상포진 예방주사는 생백신에 해당하므로 면역력이나 항체가 떨어져 있다면 오히려 대상포진에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수두 예방주사 등 생백신은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경우 질병에 걸릴 수도 있지만 약하게 앓고 넘어가는 식”이라며 “다만 대상포진은 거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방주사를 맞고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생겼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생백신, 사백신 상관없이 국가에서 필수로 맞도록 지정된 예방접종 후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할 경우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원회의 심의를 거쳐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B형간염,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일본뇌염,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폐렴구균, A형간염 등 16종이 국가 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

다만 국가 예방접종을 제외하고는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예방주사와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고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효과나 나타나는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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