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채용비리 특위’ 상정 놓고 의원들 충돌 본회의 파행
고성·말싸움·의사봉 탈취·의안 실종 등 본회의장 난장판
의장은 당초예산안만 강행 후 잠적…자정되자 자동 산회
이날 의회 의정질문 등 코로나 대응·지역현안 내팽개쳐져

어려운 시기 진주시 내년 살림살이 ‘독단 졸속처리’ 비판
시민들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시민분노 안들리나”
민주·진보 “파행 규탄…고발·사퇴촉구 등으로 책임 물을 것”

17일 열린 진주시의회 제22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가 고성과 몸싸움에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진주시 특혜채용 의혹 특위 조사안’ 상정을 두고 의회 내 의원들이 의장석에 나와 몸싸움을 하고있는 모습.
17일 열린 진주시의회 제22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가 고성과 몸싸움에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진주시 특혜채용 의혹 특위 조사안’ 상정을 두고 의회 내 의원들이 의장석에 나와 몸싸움을 하고있는 모습.

[한국농어촌방송/경남=강정태 기자] 진주시의회가 본회의에서 의원들 간 고성과 몸싸움으로 올해 마지막 회기를 파행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의원들은 의정질문을 통해 최근 지역 최대 현안인 이·통장 연수 관련 진주시 대책과 진주대첩광장 지하주차장 건립 등에 조규일 진주시장의 의지를 묻고 그에 맞는 의정활동을 계획하려 했지만, 본회의 파행으로 모든 것이 내팽개쳐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진주시가 내년도 살림살이를 어떻게 살 것인지 중요한 2021년도 당초 예산안도 의회가 아수라장이 된 사이 의장이 의원들의 동의도 없이 기습 강행해버리면서 독단적으로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의회 내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들은 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 때문에 의회가 파행 운영했다고 주장하며 고발, 의장·부의장 사퇴촉구 등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17일 진주시의회는 제22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진주시 2021년도 당초예산안 심의·의결, 시정에 대한 질문 등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의원들 간의 몸싸움과 고성에 본회의가 아수라장으로 파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발단은 류재수(진보당) 의원이 앞서 논란이 돼 왔던 ‘진주시 채용비리 의혹 사무조사 특위 구성안’ 상정을 위해 신상 발언을 본회의 개회 전 신청했으나 이상영(국민의힘) 의장이 이를 거부하고 의사일정을 진행하려고 하면서이다.

민주·진보당 의원들은 이 의장이 ‘채용비리 특위 구성안’ 재상정을 사전에 약속해 놓고 거부한다고 주장하며 의안 재상정을 촉구했고,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무소속 의원은 앞서 본회의 표결에서 2번이나 무산된 것을 재상정하는 것은 의회의 권능을 무너뜨리고,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의사일정을 진행하려 했다.

이에 류 의원은 의사일정을 진행하려는 의장에게 항의하고자 의장석에 올라 의회사무국 직원들과 충돌이 일어났고,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에 이어 국민의 힘 의원들까지 의장석으로 나와 고성과 몸싸움을 벌여 의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자 이현욱(무소속) 의원이 의사봉을 탈취하는 일까지 있었다.

결국, 의원들 간의 충돌에 협의를 위해 의회는 1시간 정회에 들어갔으나 재개된 본회의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민주·진보당 의원 10명이 상정한 ‘채용비리 특위 구성’ 의안서가 사전 서명을 위해 박금자(국민의힘) 부의장에게 전달됐지만 의안서가 사라지면서 ‘채용비리 특위 구성안’은 상정되지 않았고, 이를 의장에게 항의하는 민주·진보당 의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국민의힘·무소속 의원들이 의장석 주위에서 또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이 의장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은 강묘영 의원을 통해 ‘2021년 진주시 당초예산안 심의·의결’ 의사일정을 진행했고, 의원들의 심의 동의 없이 강행해 통과시켰다. 당초예산안 통과 후 이 의장은 정회를 선언했고, 이 의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이후 이 의장과 박금자 부의장은 이날 자정까지 본회의를 재개하지 않으면 자동 산회 된다는 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의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자정까지 7시간여 넘게 나오지 않았고, 올해 마지막 진주시의회 본회의는 마무리됐다. 민주·진보당 의원들은 본회의 재개를 요구하며 의장실 앞에서 항의를 이어갔지만, 자정이 넘어가 본회의가 자동 산회 되면서 해산했다.

진주시의회 본회의가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파행되면서 코로나19 대책, 지역 현안 해결 등의 논의는 없게 됐다.

당초 의원들은 이번 본회의에 지역 최대 현안인 이·통장 연수 관련 진주시 대책과 진주대첩광장 지하주차장 건립 등에 조규일 진주시장의 의지를 묻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시정질문을 준비했지만, 본회의 파행으로 없던 일이 됐다.

시정질문은 4명의 의원이 예정돼 있었다. 이현욱 의원은 조 시장에게 △코로나19 확산시기 이·통장 연수 시행 이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 시민 보편적 상품권 지급에 입장 및 진주시의 재정안정화 기금 사용 주장에 대한 입장 등을 물을 예정이었고, 정인후(민주당) 의원은 △일용직, 문화·예술인, 이동 근로자에 대한 대책 △진주시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시민들의 정신적·물적 고통 해소 대책 등의 질문을 준비했다.

서은애(민주당) 의원은 △진주성 앞 역사광장 지하주차장 설치에 대한 시장의 의견 △진주시 관내 아동학대예방과 관련한 제언 등의 시정 질문을 준비했고, 류재수 의원은 혁신도시 이주민 정주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경남도 감사결과 불법개발로 인한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 권고가 있었는데 시행했는지 등을 물을 예정이었다.

민주·진보당 의원들은 조만간 임시회를 요구해 시정질문을 이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인 국민의힘·무소속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아 임시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 일동은 18일 오후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영 의장과 국민의힘 당의 의회 파행 운영을 규탄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 일동은 18일 오후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영 의장과 국민의힘 당의 의회 파행 운영을 규탄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진보당 의원들은 이상영 의장과 국민의힘 당의 의회 파행 운영을 규탄하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8일 오후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량확산에 책임있는 국민의힘과 진주시장은 고통받은 시민들에게 반성과 책임은 커녕 의혹있는 시정질의를 회피하고, 덮으려고 물리적 힘을 동원해 상정된 의사진행 마저 안 하고, 예산안만 날치기 통과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채용비리 의혹 특위 구성’ 의안 실종에 대한 책임 묻고 고발조치 적극 검토 △임시회 소집으로 시정질문 재개 △의장·부의장 사퇴촉구 등의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는 논평을 통해 “하루 동안 일어난 이 일들을 무엇부터 잘못되었다 평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며 “회의 재개를 하지 않아 조규일 시장에 대한 시정질문도, 채용비리 특위안 논의도 못 하게 돼 국민의힘 의원들의 존재 이유가 조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외에 그 어떠한 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진주시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진주시의회 의장단의 웃지 못할 촌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참담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이상영 의장과 시의회 의장단은 하루속히 다시 임시회를 열어, 날치기 통과와 셀프 감금으로 다 하지 못한 의안 심사와 시정 질의를 속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주시의회는 이날 진주시의 내년도 당초예산안 가운데 연수, 행사성 경비 등 53억 4588만 원을 삭감해 1조 5891억원을 통과·확정했다. 삭감된 예산은 예비비로 편성돼 코로나19 재난대응 등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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