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정서에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멀리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모임이 있어 급하게 문을 잠그고 집에 안전장치를 걸고 나갔다. 점심을 먹고 있는 중에 보안회사 직원이 전화가 왔다. 집에 불법침입이 있어서 비상벨이 울렸다는 것이다. 놀란 마음에 집으로 급히 갔다. 그랬다. 불법침입(?)이었다. 육십이 넘어 보이는 부인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정원을 가로질러 다니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모임을 방해했으며 나의 정신적 불안을 유도했던 사건에 주인공은 내가 아는 분들도 아니었다.

우리 집 정원에는 옆으로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가 있다. 이 아이는 옮겨 심고도 한동안 링거를 달고 있었다. 꾸준한 보살핌으로 마당에 안정된 자리를 잡고는 귀여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받는 나무다. 내가 볼 때 이 나무는 내가 맞은 평생의 링거 양보다 많은 수를 맞았고,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받는다.

그런 나무 위에서 부인들은 신발을 신고 올라서서 또는 걸터앉아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부인들이 돌아가고 나서야 한바탕의 소동은 끝났다. 나보다 값진 대우를 받는 이 소나무는 오늘 누군가의 추억 속에 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보다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대문이 없다. 의지만 있으면 쉽게 집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소리도 없이 들어와 창문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생각 없이 창문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무례를 범한다. 놀란 마음에 창문을 조금 열어 신원조회에 들어간다. 일부는 알 수도 있는 사람이고 일부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다.

집을 구경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가정집이라 특별하게 구경할 것도 없다고 말이다. 사람 사는 집이 특별할 것도 없는데 그들은 무슨 호기심으로 나에게 집 구경을 요청하고 있는 것일까 싶다. 극구 만류에도 간곡한 부탁을 하는 이들은 그러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집 안으로 들인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처음의 놀라움과 불신은 사라진다. 그래,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놀러 오는 것은 대단한 일도 아니다. 우리의 정서에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멀리하고 살지는 않았다. 낮에 벌어진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니 걱정을 앞세운다. 사람인심이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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