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시대를 읽다. (7) - 비숍 여사가 기록한 을미사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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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시대를 읽다. (7) - 비숍 여사가 기록한 을미사변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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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리학자 비숍 여사(1831∽1904)는 1894년 1월부터 1897년 3월 사이에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하여 1897년에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을 발간했다. 이 책은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데,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영문 초판본을 선물할 정도였다.

1895년 1월에 서울에서 왕비를 네 번이나 만난 비숍 여사는 을미사변 당시엔 서울에 없었다. 그녀는 1895년 2월 12일에 조선을 떠나 중국 남부와 중부 등을 몇 달간 여행하고 일본에서 여름을 보낸 후 10월에 나카사키에서 조선의 왕비가 시해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뒤 이 혼란스러운 사태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려고 서두르는 미국 공사 실(Sill)씨로부터 쓰루가마루의 배 위에서 이를 확인했다. 나는 곧바로 제물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의 영국 공사관에서 나는 힐리어씨의 손님으로서 격동의 두 달을 보냈다. (중략)

10월 8일 오전 3시경 미우라와 요원과 일본 무사들은 대원군의 가마를 호위하며 용산을 떠났다. 오카모도 류노스케는 출발할 때 모두를 소집하여 명령하기를 대궐에 침입하여 신속하게 ‘여우’를 처리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 정문을 통하여 침입한 그들은 몇 명의 파수병을 죽이고 왕과왕비의 처소까지 진격했다.

나는 그날 아침의 사건에 대한 진술을 담은 히로시마 재판의 기록을 추적해 보았지만 연합세력들은 안쪽 방에까지 들어갔다고만 되어 있을 뿐 갑자기 모든 혐의자에 대하여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왕의 경호원이었던 다이와 사바틴씨의 진술과 공식적인 기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주에는 ‘다이 장군은 미국의 군인으로서 구한국 군대의 교관이었으며, 사바틴 씨는 보초병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임시로 고용된 러시아 인이었다.’라고 적혀 있다.)

(중략) 모든 일이 끝나기까지에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처소 2층에 몇 명의 시녀들과 함께 있던 왕비는 머리채를 잡힌 채, 칼을 맞고 쓰러졌다. 궁내부 대신인 이경직은 왕비를 보호하려함으로써 오히려 그가 왕비인 것을 그들에게 얼려준 셈이 되었다. 그는 두 팔을 잃은 등 부상을 입고도 베란다까지 기어가 왕비를 바라보는 가운데 장렬하게 죽었다.

왕비는 침입자들을 피해 달아나다 넘어져 칼에 찔려 상처를 입었다.

그때 한 일본인이 그에게 덤벼들어 가슴을 마구 찔렀다. ... 일본인들은 왕비를 널빤지에 올려놓고 비단으로 싸서 녹원의 소나무 숲으로 옮겨가 나뭇단에 등유를 부은 뒤 시신을 불태웠다. 남은 것이라고는 뼈 몇 마디뿐이었다.

44세 나이의 왕비는 한 우방국 공사의 피비린내 나는 음모에 자극을 받은 자객들의 손에 그렇게 죽어갔다. 그녀는 영리하고 야망이 있으며 음모적이고 매력있고 아름다웠던 왕비였다. ...

미우라 공사가 스기무라 후카시 서기관과 함께 낮에 대궐에 도착했다.

(낮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아침 7시경에 도착했다. 필자 주)

그는 이 음모의 세부 사항을 꾸민 인물이었다. 왕은 마음이 몹시 동요된 상태에서 그들을 접견했다. 3개의 문서에 서명하자 무장한 군인들은 비로소 대궐에서 철수했다.

고종은 이날 궁내부 대신 이경직, 군부 대신 안경수, 학부 대신 이완용, 농상공부 대신 이범진, 경무사 이윤용을 파면시키고, 이재면을 궁내부 대신에 임용하고 의주부 관찰사 유길준을 내부 협판에 임용하였다.

(고종실록 1895년 8월 20일)

이 날 낮에 모든 외국 공사들이 왕을 알현했을 때 고종은 몹시 분노하였으며, 때때로 흐느끼기도 하면서 왕비가 무사히 피신했다고 믿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에 외국 공사들은 일본 공관으로 가서 일본인들이 얼마나 깊이 연루되었는지에 대해 미우라 공사의 설명을 들었다.

(비숍 지음, 신복룡 역주,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집문당, 2015, p 281-288)

한말 연표 1895년 (사진=김세곤)
한말 연표 1895년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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