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통한 수행 ‘이다양성’(以茶養性)을 위해서는 다기구(茶器具)도 중요

분청다완, 청목다완, 진사잔, 청목잔
분청다완, 청목다완, 진사잔, 청목잔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민석 박사] 아인 선생은 ‘以茶養性 五性茶道’를 통하여 인간의 사유는 빛과 같은 것으로, 인간이 빛을 통하여 세상을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사유를 통하여 세상을 깨달아간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성다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신성(身性), 영성(靈性), 족성(族性), 개성(個性), 감성(感性) 등 인간 개인의 5가지 성질과 성품을 키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오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법으로 중정음다법(中正飮茶法), 합장헌다법(合掌獻茶法), 경의정진다법(敬義情進茶法), 오관점다법(五觀點茶法), 상미끽다법(賞美喫茶法)을 남기셨다.

이러한 오성다도 수행에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다기구가 필요하다.

1. 이다양성(以茶養性)을 위한 경의잔과 오행다완

원래 오성다도는 경의잔으로 실시하는 포다법(泡茶法)과 오행다완으로 실시하는 점다법(點茶法)의 행다법을 가지고 있다. 경의잔을 이용한 점다법에는 다예육건을 포함한 용품들이 사용되며, 오행다완을 이용한 점다법에는 다선이 사용된다.

아인 선생은 경의잔을 이용한 포다법이나 오행다완을 이용한 점다법이나 오성다도를 통해 인류가 육체적 건강을 배양하고 영적인 성장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사회에서 정을 나누고 건강한 사회를 이룩해 가며 개인의 정서함양과 더불어 숨겨져 있던 개인의 미적 감각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라셨다.

아래에서는 오성다도의 포다법과 점다법에 사용되는 다양한 다기구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1) 경의잔(敬義盞)

경의잔(敬義盞)은 오성다도 창시자 아인 박종한(朴鐘漢) 선생이 조선왕조 실천유학자 남명 조식(曺植) 선생의 경의정신을 흠모(欽慕)하여 만든 잔으로 경의정 진다법과 관계가 깊은 잔이다. 남명 선생은 평소에 내명자경(內明者敬), 외단자의(外斷者義) 글자를 새긴 검(劒)을 턱밑에 받치고 정좌(靜坐)하여 마음 안에서는 경(敬)의 뜻을 깨치고 행동할 때에는 의(義)를 실천할 것을 다짐하였다.

아인 선생은 남명의 경의사상을 기리고자 고대잔 양면에 새겨, 단순히 차의 맛을 음미하는 것을 뛰어넘어 남명 선생의 경의사상을 오성다도의 다도철학으로 만들었다.

2) 오행다완(五行茶碗)

오행다완(五行茶碗)은 오관점다법(五觀點茶法), 상미끽다법(賞美喫茶法)과 관련이 깊은 사발형 잔이다. 오행다완은 아인 선생이 선정한 세계 5대 다완이다. 크게 흑색 천목다완(天目茶碗), 청색 요변다완(曜變茶碗), 홍색 진사다완(辰沙茶碗), 황색 이도다완(井戶茶碗), 백색 분청다완(粉靑茶碗)으로 구성된다.

오행다원의 색체는 동양의 전통적 오행인 水(흑색), 木(청색), 火(홍색), 土(황색), 金(백색)에서 출발하였으며, 흑차, 청차, 홍차, 황차, 백차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동양의 차의 변천사와 시대에 따른 다완의 변천사를 즐기는 소소한 기쁨을 준다.

① 천목다완(天目茶碗)

천목다완(天目茶碗)은 중국 절강성(浙江省) 천목산(天目山) 인근 복건성(福建省) 건요(建窯)에서 송나라 시대(960~1126)에 생산된 차사발이다. 철 성분의 유약인 철흑유(鐵黑秞)의 다완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흑유도자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천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 특히 차사발의 경우는 천목다완이라는 용어로만 불려지고 있다.

② 요변다완(曜變茶碗)

요변다완(曜變茶碗)은 천목다완을 굽다보면 몇 가지 무늬가 우연히 생기기도 하고 그중에 물방울무늬가 있는 차사발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차사발이라고 평가된다. 그중에 코발트빛 청색을 띠게 되는 차사발을 요변영청다완이라 부른다. 이 요변영청다완은 청화와는 완전히 다르며, 고려청자와 같이 극소한 철분을 함유한 유약을 고화도의 환원염으로 소성하여 푸른 기를 띠어 발색한다.

③ 진사다완(辰沙茶碗)

진사(辰砂)는 구리를 함유한 유약을 고화도의 환원염으로 소성한 적색을 띤 유약을 말한다. 도자기에 붉은 색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던 자연유약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청화는 코발트, 철사는 산화철, 그리고 이 진사는 산화동, 즉 구리로 색을 낸다. 차사발 표면에 아름다운 선홍색의 무늬를 연출하는 진사다완은 유약에 산화동 성분을 첨가해 환원소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차사발이다.

④ 이도다완(井戶茶碗)

우리나라에서는 무애사발(無碍沙鉢) 또는 조선막사발로 불리운다. 일본 국보26호 기자에몽 이도(喜左衛門 井戶)는 현재 일본 교토 다이도쿠지(大德寺)의 분원인 고호안(孤蓬庵)에 있는데 임진왜란 중에 이도 산주로(井戶三十郞)라는 일본인이 경남 진주에서 가져간 차사발이 있다.

이 차사발을 놓고 일본인들은 일본과도 안바꾼다라고 할 정도다. 1931년 이 차사발을 본 당시 세계적인 동양 미술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美에 대한 철학과 생활의 축소판이라면서 그 아름다움을 솔직한 것, 자연스러운 것, 무심한 것, 사치스럽지 않은 것, 과장이 없는 것이라고 칭송을 하였다.

⑤ 분청다완(粉靑茶碗)

분청다완(粉靑茶碗)이란 회색 또는 회흑색을 띠는 태토(胎土) 위에 정선된 백토로 표면을 분장한 후에 유약을 씌워 구운 차사발를 말하는 것으로, 고려청자가 조선백자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리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대부분의 분청다완이 백토로 분장되어 있다. 그래서 백토를 분장한 청자란 뜻으로 粉靑이라 하는 것이다. 이 용어는 1940년대 당시 개성 박물관장으로 있던 고유섭 선생이 붙인 명칭이다.

분청다완의 예술적 가치는 우리보다도 일본을 비롯한 서양미술 학계에서 먼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높게 평가하였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우리의 분청다완를 미시마(三島)라고 부르며 귀히 여겨 문화재급으로 다루고 있다.

다예 6건_다칙, 다루, 다시, 다협, 다침, 양호필, 다통
다예 6건_다칙, 다루, 다시, 다협, 다침, 양호필, 다통

2. 다예육건(茶藝六件)과 기타 다구(茶具)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과정에 쓰이는 도구들을 다구(茶具)라고 한다. 대표적인 다구로는 다예 6건이 있다. 다예 6건은 다칙(茶則) 다루(茶漏) 다시(茶匙) 다협(茶夾) 다침(茶針), 다통(茶筒)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에 따라 다통 대신에 양호필(養壺筆)을 추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 외에도 차생활에는 도자기, 목재, 주물 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다구가 있다.

1) 다예육건(茶藝六件)

전통적 다예6건은 다칙(茶則) 다루(茶漏) 다시(茶匙) 다협(茶夾) 다침(茶針), 다통(茶筒)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다칙(茶則)

다칙(茶則)은 차를 계량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으나 모양이 숟가락 모양을 하고 있어 다시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다칙은 차를 다관(茶罐)에서 퍼서 다관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② 다루(茶漏)

다루(茶漏)는 차를 다칙에서 차를 우리는 탕관에 넣을 때 탕관 입구에 받침으로 사용한다. 용도는 깔대기를 연상하면 된다. 다루는 차를 탕관에 넣을 때 차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용도이다.

③ 다시(茶匙)

다시(茶匙)는 다칙에 있는 차를 탕관에 넣을 때 사용하는 차 숟가락이라 생각하면 된다. 모양은 숟가락보다는 평이한 모습으로 마치 길죽한 나무막대와 비슷하다. 특히 가루차의 경우는 다시로 가루차를 다완에 옮긴다.

④ 다협(茶夾)

다협(茶夾)은 집게 모양을 하고 있다. 차는 기본적으로 끓는 물을 많이 사용하므로 집게 사용이 필수적이다. 잔을 집어 옮길 때도 사용하고 차를 마시는 도중이나 다 마신 찻잎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을 때 집게를 사용한다. 위생과 화상의 위험에서 안전하기 위해서 직접 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협의 사용을 추천하고 싶다.

⑤ 다침(茶針)

다침(茶針)은 말 그대로 송곳 모양을 하고 있다. 제일 큰 용도는 탕관의 입구가 막히거나 할 때 뚫어주는 용도이다. 다음으로는 차의 덩어리를 쪼개거나 뜯어내는 용도로 쓰이는 도구이다. 간혹 다도(茶刀)라고도 부르는데 원래의 용도나 모양을 참고하여 다침이라는 표현이 더욱더 합리적이다.

⑥다통(茶筒) 또는 양호필(養壺筆)

다통(茶筒)은 차도구를 담아두는 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예 6건 중 5가지 물건들이 다통에 담겨서 보관되는 것이다. 다통의 형태는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다통의 정형화된 모습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양호필(養壺筆)은 마치 붓처럼 생겼다. 그래서 기본적인 용도는 자사호 등의 표면에 뭍은 물기를 쓸거나 문질러 얼룩을 없애거나 다기를 반빌 반질 광택과 윤이 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추가 기능으로는 부서진 차의 가루를 쓸거나하여 청결을 유지하는 용도도 있다.

2) 도자기류

도자기로 만들어진 다구는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에도 백자, 청자, 진사 분청 등의 다양한 도자기가 있고, 중국은 자사호가 특히 유명하다. 요즘은 유리제품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①찻잔(茶盞) ; 차를 마시는 잔.

②다완(茶碗) ; 가루차를 격불하여 마시는 차사발

③다관(茶罐) ; 차를 우려내는 다관.

④숙우기(熟盂器) ; 물 식힘 귀사발.

⑤퇴수기(退水器) ; 물 버림 사발.

⑥다호(茶壺) ; 차를 담는 항아리.

⑦제병(提甁) ; 끓인 물 담는 탕병.

⑧수호(水壺) ; 물 항아리.

⑨다식함(茶食函) ; 다식을 담는 뚜껑 있는 그릇.

⑩다화꽂이 ; 찻자리에 꽃 꽂는 기구.

⑪다식접시 ; 다식을 담는 접시

⑫공도배(公道杯) ; 대부분 유리로 만들어지며, 우린 차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사용.

⑬차망(茶網) : 차를 따를 때 찻잎을 걸러내기위한 거름망

⑭다하(茶荷) : 차를 흘리지 않고 다관에 넣기 위해 만든 기구, 다칙의 또 다른 형태

3) 목재류

나무로 만들어진 다구는 아래와 같다. 나무의 재질은 대나무나 향나무 등 다양한 소재가 있는데 차의 종류만큼이나 지역적으로 다양하다.

①다탁(茶托) ; 찻잔 받침.

②다반(茶盤) ; 차와 다식을 나를 때 담아서 사용.

③다선(茶筅) ; 沫茶, 가루차 다화 일으키는 차솔.

④다선꽂이 ; 차선을 꽂아 보관하는 차도구.

⑤저분, 저 ; 젓가락.

⑥저분받침 ; 젓가락 걸쳐놓는 받침.

⑦다건함(茶巾函) ; 다건 담는 함

⑧포자 ; 물을 떠는 바가지.

3) 주물류

주물로 만든 탕관은 특히 차맛을 좋게 한다. 예전에는 주물화로에 주물탕관으로 차를 끓여 먹었으나 현대에는 전자포트가 주를 이룬다.

①화로(火爐) ; 물 끓이는 화로.

②탕관(湯罐) ; 물 끓이는 솥.

4)린넨류

다포나 다건 등이 천으로 많이 만들어진다. 천의 종류도 다양하며, 재봉방법도 다양하다. 청홍보와 같이 한국 전통의 누비 방식이 아직도 선호된다.

①다건(茶巾) ; 다기 닦는 수건.

②다포(茶布) ; 찻상깔개. 덮게

③청홍보(靑紅褓) ; 찻상 덮는 붉고 푸른 보자기.

김민석 박사
 
▶경영학 박사
 
▶오성다도명가연 대표
 
▶경남협동조합협의회 회장
 
▶사단법인 한국문화창업진흥원 원장
 
▶2020 강진야생차축제 찻자리 부문 1위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