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한국 토종개와 야생‧고대‧현대의 개 33품종 2천 258마리 유전체 분석결과 발표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진돗개, 풍산개, 경주개동경이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개의 조상은 ‘야생 늑대’인 것으로 유전자 분석결과 밝혀졌다.

이 야생 늑대의 유전적 특징은 풍산개, 경주개동경이, 진돗개 순으로 더 많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이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 한국 토종개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 토종개와 야생‧고대‧현대의 개 33품종 2천 258마리의 유전체를 비교·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표 토종개인 진돗개, 풍산개, 경주개동경이는 야생 늑대를 공통 조상으로 기원했지만, 각각의 독특한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며 한반도에 정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유전체 분석에 활용된 우리나라 토종개는 진돗개(백구, 흑구, 네눈박이, 호구), 풍산개(백구), 경주개동경이(백구) 총 3품종, 6개 집단, 189마리이다.

진돗개의 네눈박이는 블랙탄(Black&Tan)으로 진돗개의 모색(털)이 검은 바탕에 얼굴, 복부, 다리가 황색이나 흰색을 띠는 품종이고, 호구는 브린들(Brindle)로 호랑이 무늬의 모색을 갖는 진돗개다.

개과(犬科) 야생종으로는 늑대, 코요테 2종을, 고대 품종으로는  차우차우, 샤페이, 아프간하운드, 시베리안허스키 등을, 현대 품종으로는 복서, 보더콜리, 치와와, 그레이트데인 등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개의 DNA에 존재하는 유전자형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유전자 칩을 이용해 개의 전체 유전체를 비교·분석했다.

개과 동물 품종 간 유전적 근연관계 비교: 한국 토종개 집단과 늑대, 코요테, 고대와 현대 개 품종 간의 단일염기다형성(SNP)를 조사한 결과, 진돗개 흑구와 중국 샤페이 간에 가장 가까운 유전적 근연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한국 토종개들은 늑대와 코요테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형을 많이 공유하고 있어서 유전적으로 가깝게 위치하고 있었고, 중국 샤페이, 차우차우, 일본 시바개와 많은 유전자형을 공유하고 있어서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적인 개들이 동아시아 개 품종의 한 계보임을 증명했다.(사진=농진청)

먼저, 한국 토종개는 중국 개, 일본 개와 더불어 고대 개 품종들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 품종들과 비교한 결과에서는, 진돗개, 풍산개, 경주개동경이 3품종의 유전적 근연(개의 품종이나 집단 간에 서로 공유하는 유전자형에 따라서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정도)관계가 매우 가까웠고 외국 품종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즉, 한국 토종개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집단을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토종개는 다른 외국 개 품종에 비해 늑대‧코요테의 유전자형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한국 토종개들이 야생성을 더 많이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계통수 분석을 통한 한국토종개의 기원: 한국 토종개 집단의 기원(혈통)을 밝히기 위해 단일염기다형성(SNP)에 대한 계통수(Neighbor-joining tree)를 조사·분석했다. 한국 토종개는 야생 늑대를 조상으로 하여,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동아시아를 통해 이동해 들어온 것이라는 이동경로를 추정했다. 또한 계통수 분석을 통하여 한국 토종개들은 중국의 샤페이, 차우차우, 일본의 아키다, 시바개와 한 그룹을 형성하여서 이들 품종의 혈통이 매우 가까운 것을 알았고, 이 그룹 내에서 한국 토종개는 풍산개, 경주개동경이, 진돗개 순으로 또 다른 한 그룹을 독창적으로 형성하면서 야생 늑대로부터 한반도 유입·정착을 설명할 수 있었다.(사진=농진청)

농촌진흥청 박범영 축산생명환경부장은 “한국 토종개의 유전자원의 보호‧육성을 위해서는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관련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며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기술은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한국 토종개의 유전적 정체성을 세계 애견연맹 등에 알려 세계적인 명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Public Library of Science ONE)’에 실렸으며, 이는 세계 개 품종들 사이에서 한국 토종개의 유전학적인 정체성과 독창성을 정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한국 토종개들의 유효집단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보호·육성 사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효집단크기가 작아질수록 그 집단은 근친도가 높아지고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며, 유효집단크기가 50마리가 되면 멸종위기종에 가까워진다.

한국 토종개의 유효집단크기는 진돗개 흑구 485마리, 진돗개 네눈박이 262마리, 풍산개 백구 110마리, 경주개동경이 백구 109마리에 머물고 있다.

<연구진 일문일답>

▲ 한국 토종개 중 3품종만을 분석한 이유는?

= 한국 토종개는 7품종이 있다. 진돗개, 풍산개, 경주개동경이 3품종은 모색(털색), 모질, 체형 등이 비슷하고 유전적인 특성이 가장 비슷하여 아주 가까운 유전적 근연관계를 보이고 있다.

삽살개는 개의 모질 형태와 체형에 대한 유전자형 연관성 분석 결과는 현재 연구 중이다.

이밖에 제주개, 불개, 오수개는 국내 유전자원으로서 개체 수 확보가 미흡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학술적 의미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추후 천연기념물 지정을 통하여 유효집단크기를 만족하는 개체 수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개 품종의 보호·육성이 중요한 이유는?

= 한국토종개는 소중한 생물학적 문화유산이다. 한국 토종개들은 한국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왔고 우리나라 고유의 귀중한 유전자원이고, 후대에 물려 줄 소중한 생물학적 자연유산임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새롭게 발굴,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토종개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소실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진돗개의 모색은 현재 황구, 백구만을 인정함으로 다른 모색을 갖는 진돗개들은 그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 결국 보호·육성이 되지 않는다면 멸종할 수 있다.

▲ 한국 토종개는 모두 천연기념물 지정이 가능한가?

문화재보호법 제7조에 따라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념물 중 중요한 것을 사적, 명승 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 있다.

역사적 의의, 서식지역 또는 사육지역, 외형 및 유전형질, 품종표준 확립, 군집규모, 사육시설, 사양관리, 기록관리, 해당품종 단체결성, 연구실적 등 지정요건이 충족되면 된다.

현재는 진도개(황구, 백구) 제53호, 삽살개 제368호, 경주개동경이 제540호 등  토종개 3종이 지정되어 있다.

▲ 한국 진도개 보호·육성법은 무엇인가?

= 진도개 고유의 혈통을 보존하고 그 증식 및 보급 확대를 통하여 진도개의 우수성을 증진하며 그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진도개”란 진도군이 원산지인 개로서 진도군수가 제5조제1항에 따른 진도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고 고시하는 혈통 및 표준체형을 갖춘 개를 말한다. 표준체형 중 모색은 현재 황구, 백구 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켄넬클럽(KC) 및 세계애견연맹(FCI)의 진도개 품종 표준에는 황구, 백구 뿐만 아니라 네눈박이(블랙탄), 흑구, 재구, 호구를 모색으로 명시하고 있다.

▲ 이번 연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 한국 토종개의 고유 혈통을 유전학적 기원 분석을 통해 정립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국 토종개의 일반적인 우수성(충성심, 수렵성 등) 보다는 세계 여러 개 품종들 사이에서 유전학적인 정체성과 독창성 정립이 큰 의미다.

한국 토종개들은 중국개와 일본개의 아류가 아니라 늑대를 조상으로 하면서 유전학적으로 독창성을 갖는 집단으로 한반도에 유입·정착한 것을 밝힌 것이다.

▲ 명견의 의미는 무엇이며, 명견이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나?

= 한국 토종개의 명견화 의미는 한국 토종개의 독특한 표현형적 특성을 보유·보존해야 한다.
400품종 이상의 세계적인 개 품종들 사이에서 표현형적으로 개성을 유지하면서 호감 가는 품성이어야 한다. 진돗개의 충성심, 독립심, 수렵성, 청결성 등이 명견화 특성이 될 수 있다.

또한 영국 애견클럽(Kennel Club), 벨기에 국제애견연맹(FCI), 미국 애견협회(AKC) 등 세계적인 3대 애견클럽 등록은 필수사항이다.

한국 토종개 중에서 유일하게 진돗개만이 영국 애견클럽과 벨기에 국제애견연맹(334호) 등록되어 있다.

세계 애견클럽 등록은 개 품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서 명견화가 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

▲ 이번 연구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 한국 토종개 유전자원의 보호·육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토종개들의 품종과 집단 간 유전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다양성을 유지하고 다른 외국 개들과는 다른 독창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토종개는 유전자의 다양성이 낮아지고 근친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자칫 생물학적 멸종위기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속적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국 토종개의 건강한 유전자 풀(pool)을 보존할 수 있다.

한국 토종개의 유전적 독창성을 보호·육성하여 진돗개와 같이 세계적인 애견 클럽에 한국 토종개들이 등록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 과거에도 한국 토종개의 유전체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나?

= 진도개사업소(진도군)와 공동으로 진도개의 간과 뇌 조직으로부터 2만 여개의 발현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결정했고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통하여 141개의 진도개 특이적 발현유전자를 찾아낸 바 있다.

또한, 한국삽살개재단과 모질에 대한 유전자연구를 공동 추진하여, 모질과 관련 있는 주요 유전자가 17번과 26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모질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16개의 유전자 마커를 찾아냈다.

그리고 경주개동경이를 꼬리가 있는 집단과 꼬리가 없는 집단으로 나누어 17만개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비교해 본 결과, 두 집단 간에 상반되는 14개 유전자 마커(SNP)을 찾아냈다.

14개의 유전자 마커(SNP)는 염색체 1번과 2번에서 각각 3개, 4개가 있으며, 나머지는 염색체 10번, 12번, 16번, 19번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주개동경이의 꼬리뼈가 20마디를 갖는 집단(7마리)과 5∼7뼈마디의 단미(짧은 꼬리)(5마리), 그리고 2∼3꼬리뼈마디를 가진 무미(꼬리 없는)(10마리)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정보를 이용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꼬리 형성과 관련 있는 2개 변이, 2개 유전자를 밝혔으며 동경이가 다른 한국 토종개인 진돗개로부터 분화된 시기, 해외품종과의 진화적 거리 또한 예측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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