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국민의 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입당 후, 단일화에 나서라고 주장하며 안철수의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를 정치의 길로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1987년 이전까지 한국정치는 군사독재세력에 맞선 민주화운동세력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였다. 1987년 대한민국 국민의 간절한 여망을 담아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제가 도입되었으나 이후에는 지역감정이 정치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책 대결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한다고 주장하며 지역감정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이내 지역감정이 지배하는 구조로 회귀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 다가올 무렵 김종인, 윤여준 두 전 의원과 법륜스님은 지역감정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은 유럽과 같이 우리 정치구조가 다당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들은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해 평화아카데미를 조직하여 제3의 정치세력을 육성하고자 하였다. 이때 이들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안철수였다. 김종인은 2013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2011년 안철수에게 정치수업을 시작하였다. 김종인의 지휘 아래 윤여준, 조민 등등의 인사들이 모 호텔에서 안철수에 대해 집중 지도를 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 투표를 시행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패배하여 서울시장에서 물러남에 따라 보궐선거가 시행되었다.

이때 대권 수업을 받던 안철수가 돌연 대통령이 아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김종인에게 전달했다. 김종인은 안철수에게 정치과외를 한 이유는 제3의 정치세력 육성으로 극단적인 여야의 대결과 지역감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함인데 서울시장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안철수가 이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김종인은 ‘정치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잡는 것이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정치수업을 멈추었다. 김종인이 떠나고 일부 인사들이 남았으나 안철수는 돌연 지지율이 낮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한편에서는 이름다운 양보라며 신선하다고 평가했으나 그와 함께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던 참모들과는 상의가 없었던 뜬금없는 결정이었다. 아마 안철수는 이 이벤트가 2012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2012년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조직이 있는 문재인과 조직이 없는 안철수가 대결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왜 김종인이 제3의 정치세력을 육성하려 했는지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는 자신의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7년 대선 후보경쟁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문재인에게 반드시 패한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안철수의 여망을 현실화한 사람은 정치 9단 박지원이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지원은 안철수를 내세워 공천이 불확실한 호남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38석을 얻어 단숨에 제3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7년 대선에서 3위를 한 안철수는 2018년 2월 바른정당과 통합하여 박지원과 결별했다. 호남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려던 안철수의 계획은 국민의당 의원들의 집단 이탈로 뺄셈정치가 되었다. 그리고 6월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역시 3위로 낙선하였다.

건강보험을 도입하고 경제민주화를 헌법적 가치로 만든 김종인의 꿈은 지속 가능한 성장 속에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치경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런 그가 정치철학은 부재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참모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의리 없는 안철수를 불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결정적으로 김종인은 안철수가 왜 정치를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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