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도 없이..” 학부모 제지로 보충수업 파행

[한국농어촌방송/장성=권진영 기자] 장성지역의 한 고등학교가 겨울방학 중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거 공사를 실시하면서 이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보충수업을 강행하려다 뒤늦게 이를 안 학부모의 항의로 수업이 일주일 미뤄지는 등 파행이 일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고교의 이번 석면 해체공사는 1월 5일 보양작업→6~7일 석면 해체 작업→8~10일 석면 반출 작업 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학교가 일정대로 보충수업을 실시하자 석면 해체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안 학부모 B씨의 제지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학교 교실 천장의 마감재로 주로 사용된 석면텍스.

A고 관계자는 “공기시료 석면농도 측정 결과 노출기준치가 0.01개/㎠인데 수업을 시행할 예정이었던 본관동 측정결과는 0.002~0.003개/㎠로 기준치 미만으로 나왔다”며 “그래도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고려해 후관 동에서 수업을 할 예정이었는데 학부모의 강한 반발로 보충수업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A고의 이번 겨울방학 중 보충수업은 1월 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회의를 거쳐 15일부터 19일까지로 단축됐다.

이날 A고 석면 해체공사 감리사는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석면 비산 측정치가 기준치 미만이고 마침 비가 내려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 B씨는 “다른 것도 아니고 석면 해체공사를 하려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공지를 한 뒤 보충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규 수업도 아닌 보충수업을 무슨 이유로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하면서까지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또 “공사 일정과 보충수업 일정을 세울 때 석면 폐기물이 반출될 오늘 비가 올 것을 알고 계획을 세웠는가”라며 “아이들을 호도하려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면철거공사, 안전조치 철저히 해야

포항 지진 이후 내진 보강 예산이 크게 늘면서 올 겨울방학 동안에만 전국 2,300여 개 학교가 내진 보강과 석면제거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성지역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장성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석면 해체 제거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017년 겨울방학에는 중앙초(1,063), 장성중(965), 장성여중(406), 장성실고(2,233)의 석면 제거를 완료하고, 2018년 여름방학에는 중앙초(1,991), 겨울방학에는 황룡중(1,270)의 석면을 제거할 예정이다.(( )안은 제거면적)

그러나 A고등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직접 석면해체 공사를 시행하지 않고 공사 예산을 학교 회계 전출금으로 편성해 A고에서 집행하도록 했으며, 공사 예산은 1억6천여만 원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A학교 석면해체 공사는 작년 10월 2회 추경 때 반영된 예산으로, 교육청 회계연도인 12월 31일까지 공사를 집행하는 데 무리가 있는 반면 학교 회계연도는 2월 28일로 여유가 있어 A학교에서 진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공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학교에서 집행하기에 무리한 공사는 학교회계전출금으로 집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지역에 석면 해체 대상 학교가 많은데 굳이 무리해서 2회 추경 때 A고의 공사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지적이다.

제주도와 인천 등 이미 석면 해체 작업과 석면 폐기물 관리에서 석면 관리 부실의 악몽을 경험한 지역의 환경단체와 교육계는 일제히 관리 매뉴얼을 만드는 한편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공사장 주변 출입 통제 등 안전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적은 양에 노출되어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물질이다.

또 학생들이 석면에 노출될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폐암과 중피종암 등 석면관련 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석면 철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철거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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