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통상 물가가 2% 이상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여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부담을 주기에 경기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품을 거두어 내기도 한다. 중앙은행은 전체 국민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기에 경기가 위축되지도 않으면서 물가의 폭등을 막을 적정한 금리를 찾아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의 기준금리는 5% 내외였다. 그런데 2008년 미국에서 주택모기지 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제로(0) 금리 시대를 열었다. 미국 등 선진국 국채 금리가 0%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채권을 외면하고 부동산과 증시로 몰려갔다. 몇 년이 흘러 자산 거품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거품 붕괴의 위험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으로 거품을 서서히 빼려는 와중에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많은 나라가 다시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나섰다. 그사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기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다. 루비니가 4월 5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시장을 뒤흔들고 제2, 제3의 아케고스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불룸버그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월가의 위험부담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시장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버블을 진단하는 도구 중 하나인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블랙먼데이가 터졌던 1929년과 닷컴버블이 붕괴되었던 2000년대 초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전반에 거품과 과도한 위험 감수 그리고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자금조달)가 퍼져 있다"면서 "수많은 시장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은 레버리지와 너무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결국 터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자동차 대출까지 모든 것의 이율을 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 이상으로 오르면 투자자들의 추가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제롬 파월은 3월 23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경기부양책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지만,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에 대처할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대부분 미국인에게 1400달러(한화 약 158만 원)를 지급하고, 실업급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활동이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올해 그 회복세는 더 두드러질 것이지만 아직 경기회복이 확실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연준은 물가 상승과 노동 시장 호조에 대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자금 정책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즉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연준의 국채매입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다. 그사이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와 파월 의장의 입장은 상이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흡사하다. 루비니는 미국 국채 10년물이 2%가 넘으면 주식시장의 참여자 가운데 빚을 과도하게 내 투자한 사람들 가운데 파산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평균 2%의 물가 상승과 완전 고용을 목표로 하는 연준 의장인 파월은 주식시장 개별 참여자의 성패와 무관하게 전체 국가 경제 회복과 안정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의 실제 금리는 1.72%까지 상승하였다. 거품이 꺼질 것은 알고 있지만, 최대한 돈의 잔치를 즐기다 가장 늦게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 자산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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