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10월 30일 의정부 참정 박정양은 29일에 열린 관민공동회에서채택된 헌의 6조를 고종에게 보고했다. (고종실록 1898년 10월 30일 2번째 기사)

“이달 29일에 백성들이 종로 거리에 크게 모여 ‘관민공동회(官民共同會)’라 일컬으며 나라의 폐단과 백성들의 고통에 대해 의논하여 제거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의정부의 여러 신하들이 함께 모임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신들이 삼가 생각건대 관리와 백성의 협상이 비록 처음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이 이미 나라의 폐단과 백성들의 고통에 대해 의논하여 제거할 것이 있다고 말하였기 때문에 의정부의 직책에 있으면서 도리상 배척해 버리기가 곤란하여 서로 이끌고 회의에 갔습니다.

회의에 참가한 백성으로서 여섯 가지 조항의 강령으로 된 의견을 올린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다 일제히 좋다고 외쳤으며, 또한 신들에게 이것을 상주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신들이 생각건대 그 여섯 가지 조항은 바로 나라의 체면을 존중하고 재정을 정돈하며 법률을 공평하게 하고 규정을 따르는 문제로서 모두 응당 시행해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삼가 해당 접본(摺本)을 열거하여 아룁니다.

첫째, 외국인에게 의존하지 말고 관리와 백성들이 동심협력하여 전제 황권(專制皇權)을 굳건히 한다.

둘째, 광산, 철도, 석탄, 산림(山林) 및 차관(借款), 차병(借兵)과 정부와 외국과의 조약은 각 부의 대신들과 중추원 의장(中樞院議長)이 합동하여 서명하고 날인한 것이 아니면 시행할 수 없다.

셋째, 전국의 재정은 어떤 세금을 탁지부(度支部)에서 관할하고, 다른 부(府)와 부(部) 및 사적인 회사(會社)에서 간섭할 수 없으며, 예산과 결산을 인민들에게 공포한다.

넷째, 이제부터 중대한 범죄에 관계되는 것은 특별히 공판(公辦)을 진행하되 피고에게 철저히 설명해서 마침내 피고가 자복한 후에 형을 시행한다.

다섯째, 칙임관(勅任官)은 대황제 폐하가 정부(政府)에 자문해서 과반수의 찬성에 따라 임명한다.

여섯째, 장정을 실천한다. 이상입니다.’

보고를 받은 종은 "의정부로 하여금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비답하였다. (고종실록 1898년 10월 30일 2번째 기사)

이어서 고종은 전제 황권을 견고케 한다는 ‘헌의 6조’에 만족하여, 10월 31일 새벽에 30일 자로 ‘조칙(詔勅) 5조’를 반포함으로써 관민공동회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시하였다.

‘조칙 5조’는 아래와 같다.

1. 간관(諫官)을 폐지한 후 언로(言路)가 막혀 상하가 힘쓸 것을 권하고 가다듬을 것을 깨우치는 뜻이 없게 된 만큼 중추원에서 빨리 장정을 개정하여 실시할 것이다.

1. 각 항 규칙은 일정한 것을 말한 것이 있는데, 각 회와 신문 역시 방한(防限)이 없을 수 없다. 회규(會規)는 의정부(議政府)와 중추원(中樞院)에서 명하여 시의를 참작해서 제정하도록 하고, 신문 조례(新聞條例)는 내부(內部)와 농상공부(農商工部)에서 각 국의 규례에 의거하여 제정하여 시행할 것이다.

1. 관찰사(觀察使) 이하 지방 관리와 지방 부대 장관들은 현직에 있건 교체되었건 간에 관청의 재물을 공짜로 가진 자가 있으면 장률(贓律)에 관한 법조문에 따라 시행하며,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은 자는 낱낱이 모두 본임자에게 챙겨 넘겨준 다음 법률에 의거 징계 처결할 것이다.

1. 어사(御史)나 시찰원(視察員) 등이 폐단을 빚어낸 것에 대해서는 본 고장의 백성들에게 내부(內部)와 법부(法部)에 가서 고소하도록 해서 사실을 조사하고 징계하여 죄를 다스릴 것이다.

1. 상공학교(商工學校)를 설립하여 백성들의 산업을 장려할 것이다." (고종실록 1898년 10월 30일 1번째 기사)

이렇게 고종은 중추원 장정의 개정을 허락하여 중추원의 의회로의 개편을 사실상 승인하였다.

11월 2일에 고종은 칙령(勅令) 제36호, 〈중추원 관제 개정 건(中樞院官制改正件)〉을 재가(裁可)하여 반포하였다.

중추원은 아래에 열거한 사항을 심사하고 의정(議定)하는 곳으로 할 것이다. 1. 법률, 칙령(勅令)의 제정과 폐지 혹은 개정하는 것에 관한 사항 2. 의정부에서 토의를 거쳐 임금에게 상주하는 일체 사항 3. 칙령에 따라 의정부에 문의하는 사항 4. 의정부에서 임시 건의하는 것에 대하여 문의하는 사항 5. 중추원에서 임시 건의하는 사항 6. 백성들이 의견을 올리는 사항.

중추원의 직원은 의장 1인, 부의장 1인, 의관(議官) 50인, 참서관(參書官) 2인, 주사(主事) 4인으로 정한다. 의장은 대 황제 폐하가 글로 칙수(勅授)하고, 부의장은 중추원에서 공천에 따라 폐하가 칙수하며, 의관은 그 절반은 정부에서 나라에 공로가 있었던 사람을 회의에서 상주하여 추천하고, 그 절반은 인민협회(人民協會 독립협회) 중에서 27세 이상 되는 사람이 정치, 법률, 학식(學識)에 통달한 자를 투표해서 선거할 것이다. (고종실록 1898년 11월 2일 2번째 기사)

이제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의회 개설만 남았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11월 4일에 변고(變故)가 일어났다.

덕수궁 즉조당 (고종의 편전) (사진=김세곤)
덕수궁 즉조당 (고종의 편전) (사진=김세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