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재잘거림에 행복해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우리 아이들이 기후에 대한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할텐데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도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꼼꼼이 실천해야겠다

이효선 의령 용덕초등학교 교장
이효선 의령 용덕초등학교 교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이효선 의령 용덕초등학교 교장] “교장선생님, 방울토마토가 파랗네요?” “가지 꽃도 보라색이네요. 참 예뻐요.”

등교하자마자 저절로 발이 가는 곳이 있다. 여기는 용덕사랑나루 텃밭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막 자라난 식물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여기저기서 감탄과 함성이 터진다. 시골에 살지만 제 손으로 지은 농작물이 자라는 걸 보면서 들떠 있다.

“이 고추는 진짜 맵지 않은 건가요? 억수로에 고추가 억수로 열렸어요. 노란 오이꽃 아래에 쪼그만 오이가 달렸네요.”

“잘 자라라고 쑥쑥이로 지었어요.”

용덕사랑나루 식물들은 제각기 원래 이름 말고 별칭들을 갖고 있다. 방울이, 아삭이, 키크니, 쑥쑥이, 가잘, 억수로, 토스(토마토스파케티), 마버옥(마음 버터 옥수수) 등. 아이들이 직접 지어 붙여 준 이름이다. 매일 아침 등교하며 물을 주고 쓰다듬더니 어느새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이다. 상추, 쑥갓, 부추, 비트, 고추들은 벌써 우리 아이들 밥상에도 올랐다.

“이 예쁜 걸 어떻게 따요?”

5월 꿈빛페스티벌 프로젝트 날, 운동장에 텐트를 치며 야단법석이 시작되었다. 공동체놀이 후 점심으로 텃밭의 채소들을 수확하여 고기를 구워 쌈으로 먹는 과제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먹을 만큼의 상추를 바구니에 따서 담으라 했더니 손을 멈칫거린다. 정성껏 키운 걸 따기가 아까운 것이다. 살그머니 뿌리 쪽에 손을 넣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푸른 사랑을 눈치챌 수 있었다.

용덕초등학교는 의령군에 위치한 전교생 32명의 소규모학교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속에서도 전교생이 매일 등교하며 정상적인 일과 속에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방역수칙은 준수하면서 말이다. 매일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쩌나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뛰어놀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기후환경교육 관리자 연수에서 모두들 다짐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인식과 대응 실천 전략들을 찾아보고 공존을 위한 환경교육의 방향을 생각해 보는 연수였다. 마스크를 썼기에 반만 보이는 얼굴로도 눈웃음치는 해맑은 우리 아이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아파하는 것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 생존권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세컨드 하우스로 왔습니다.”

등교하는 용덕초 교직원들도 파란 방울토마토처럼 싱그럽다. 마스크를 썼지만 반가운 표정을 가득히 눈에 담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열이 있는지 일일이 온도 체크를 하며 부모의 마음으로 용덕 세컨드 하우스의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는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 한 가족으로 행복하게 생활하는 두 번째 집인 것이다.

“교장선생님, 옥수수가 할아버지 되었어요!”

기후환경교육 연수를 다녀온 다음 날, 1학년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끈다. 흘러내리는 옥수수 수염을 가리키며 턱수염을 쓸어내리는 흉내까지 낸다. 옥수수 키가 과학선생님 키만 하다고 한다. 특별한 발견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행복해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옥수수 이빨같이 가지런하게 우리 아이들이 기후에 대한 걱정없이 마음껏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도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꼼꼼이 실천해야겠다.

지금 용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예술꽃씨앗학교를 운영 중이다. 방과 후 밴드시간에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세상’ 노래가 교장실까지 들려 온다. 고운 씨앗인 우리 아이들이 옥수수처럼 쑥쑥 자라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