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종의 연설, ‘대한제국을 위한 호소’ (2) 

 손탁 호텔  표시석 (정동 이화여고 기념관 입구) 
 손탁 호텔  표시석 (정동 이화여고 기념관 입구) 

1907년 7월 8일 밤에 약관 23세의 이위종은 언론인 클럽 ‘국제협회’에서 유창한 불어로 ‘대한제국을 위한 호소’ 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 서두에 그는 고종 정권의 부패 · 수탈 · 학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 오랜 살았던 외교관 이위종은 ‘외국이 본 대한제국’에 대하여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국의 기업가로 국회의원을 지낸 어니스트 해치는 1901년 무렵에 조선과 일본 그리고 청나라를 방문한 뒤 쓴 『극동의 인상 : 일본 ·코리아 ·중국』에서 조선 관료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정부의 부패와 비효율은 오래전부터 뛰어넘기가 불가능한 지점 이상에 도달했으며, 인민은 실정(失政)에 익숙해져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여길 뿐 반대하여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 조선의 관료제는 이 나라의 심장부를 차지한 채 이 나라의 생피를 빨아 마시는 흡혈귀다.”
(조윤민 지음, 두 얼굴의 조선사, 글항아리, 2016, p 178-179)

해치의 평가는 영국의 지리학자 비숍 여사가 1897년에 쓴 책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 나오는 ‘허가받은 흡혈귀’를 연상케 한다.  

또 다른 헤이그 밀사인 ‘파란 눈의 애국자’ 헐버트는 1906년에 발간한 『대한제국 멸망사 The Passing of Korea』 ‘제3장 정치제도’에서 매관매직을 비판했다.

“19세기 초기에 정치에서 돈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관직에 등용되는 데 돈의 구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 

관직은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사고팔았다. 모든 관직은 그 가격이 결정되어 있어서 도의 관찰사는 미화로 5만 달러, 방백 수령들은 500달러 정도였다. 그 자리가 서울이라면 미관말직일지라도 상당한 수입이 생겨서 욕심을 채우기에 충분했고, 세력가들은 매관에서 나오는 엄청난 수입을 더욱 증가하고자 재임 기간을 짧게 해 상납의 횟수를 빈번하게 했다.   

물론 각 관찰사나 방백 수령들은 자기의 짧은 재임 기간에 자기가 상납한 밑천을 뽑고 또 자기의 안락한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백성에게 과중한 과세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매관매직에서 거래되는 돈이란 결국 백성들이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헐버트 지음 · 신복룡 역주, 대한제국 멸망사, 집문당, 2019, p 60-61)
 
1905년 들어서 주한미국공사 알렌(1858~1932)은 한국의 몰락을 예감하고 있었다. 1884년 이후 고종에게 우호적이었던 알렌은 1903년 10월 14일의 일기에선 고종을 포기한 것 같았다. 
 
“러일전쟁이 발발하면 전승을 거둔 어느 한쪽이 ‘허구적인 대한제국(Fiction of Korean Empire)’을 파멸시키고 한국 국민들에게 약간의 자유를 부여할 것이다.”  

1905년에 알렌은 이렇게 적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이제 그날 이후 차갑고 음울한 침묵의 아침이 되어 버렸다. 백성들은 스스로를 통치할 수 없다. 이들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주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황제는 이 나라의 커다란 해충이고 저주이다. 그는 로마를 불태우며 놀아난 네로황제와 다를 바 없이 무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군주이다. 


 한국인에게는 전쟁이 더 나은 조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탐욕스럽고 비인간적인 관료들을 감시하고 더 많은 자유를 선사할 나라에 흡수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박종인 지음, 매국노 고종, 2020, p 253-254)

1905년 3월에 알렌이 체임되어 귀국하고 모건이 신임 공사가 되었다. 황현은 『매천야록』에 ‘알렌의 탄식’ 글을 실었다.  
 
“알렌은 우리나라에 10여 년 동안 머물렀는데 귀국에 임해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한국 국민이 가련합니다. 내가 일찍이 구만리를 돌아 다녀보고 위아래로 4천 년 역사를 보았지만, 한국 황제와 같은 인간은 또한 처음 보는 인종이었습니다.” (황현 지음 · 임형택 외 옮김, 역주 매천야록 · 하, 2005, p 222-223)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