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지난 24일 한국농어촌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한국농어촌방송=이희승 기자]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축산업 종사자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체내 캡슐 '라이브케어'를 통해 노하우가 없어도 소를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4일 한국농어촌방송과 만난 김 대표는 "라이브케어 개발을 위해 10억 건이 넘는 데이터를 모았다. 데이터 분석 기술이 우리의 비결"이라며 "해외 시장을 공략해 한국 축산과 한우 경쟁력에 이바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자기소개 및 유라이크코리아 소개 부탁드린다.

▲ 유라이크코리아 대표이사 김희진이라고 한다. AI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2년 10월에 창업했으니 이제 10년 정도가 됐다.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다. 학·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축산 쪽에 계속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가 축산을 전공하셔서 어릴 때부터 축산 농장에서 많이 놀았다. 소를 비롯한 가축들과 접할 기회가 많아 (축산은) 익숙한 분야였다.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때문에 가축 질병 등을 예찰할 수 있는 IT 시스템 관련 과제들이 많이 나왔었다. 이때 해결책 등을 고민하면서 연구를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됐다. 한마디로 하면 IT로 축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한 것이다.

- 어린 시절 환경이 축산업에 뛰어든 계기에 영향을 준 건가.

▲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남 일 같지는 않았다. 전공이 IT니까 IT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축 질병 예찰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게 당시 과기부 국책 과제였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다. 조사와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러한 가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별로 없더라. 기존 기기들도 질병을 예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몸 외부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이나 (가축의 몸에) 부착하는 형태는 소를 포함한 가축들에게 맞지 않는다. 소가 반추한다는 점에 착안해 반추 동물에 적합한 장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빅데이터, AI, IoT 같은 개념이 없을 때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서 문제를 조기 발견해 알려주는 서비스나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려면 생체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기계가 있어야 했다. 그렇게 캡슐 형태의 라이브케어가 탄생했다. 오프라인에서 데이터를 가져온 뒤 온라인으로 수집해서 분석한 자료를 농장주에게 앱으로 전해주는 플랫폼이다. 캡슐이 IoT 장비가 되는 거다.

- 축산업 분야에서 사업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는지?

▲ 박사 과정까지 했으니 사업보다는 학계에서 성공하길 더 바라셨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돈도 되는 이 일을 연구로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부모님도 축산 분야 교수님이나 농장일 하시는 분들을 소개해주시는 등 많이 도와주셨다.

- 동물의 미세한 움직임 등 질병 여부나 활동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어떻게, 얼마나 모았나?

▲ 우선 테스트를 위해 소가 필요했다. 지금은 제대로 된 캡슐 모양이지만 초기에는 딱풀 같은 플라스틱으로 장비를 만들어서 시험을 했다. 소가 죽을 가능성은 작았지만 소를 쉽게 내어줄 농장주는 없지 않겠나. 다행히 목장주 두 분을 소개받아 데이터도 모으고 테스트도 할 수 있었다.

3년 정도 R&D를 했다. 그동안 계속 하드웨어를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비스화될 때까지 연구했다. 2015년에 상용화가 준비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는데, 이후에도 지금까지 5년 이상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품종이나 사육 환경도 다 다르지 않나. 품종, 원료, 여러 동물의 생체 정보 등을 다 포함하면 거의 10억 건 넘는 데이터가 쌓여 있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 개발·적용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 항상 어렵긴 했다.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10년 동안 만든 거다. 그래서 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자체가 어려웠다. 정말로 이 캡슐로 데이터를 가져와서 서비스할 수 있는지 설득해야 했다. 축산검역본부에서도 동물의료기기 인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어떻게 테스트하고 인증해야 할지 같이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라이브케어는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데, MWC(Mobile World Congress·세계 최대 이동통신산업 전시회)에 가보니 이런 서비스에 로라(LoRa·IoT 전용망)를 접목한 건 우리가 세계 최초였다. 국제 대회에서 상도 받으니 전 세계에서 신기하게 보는 거다. '어떻게 캡슐을 먹이고 로라망을 이용해서 몸 속에서 데이터를 가져오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었으니까. 낯선 장비다 보니 무작정 바로 팔 수도 없었다. 테스트와 더불어 입소문도 내고, 마케팅도 해야 했다.

-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벨라 홀스테인 농장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 노동이 간단하고 편해지니 "바로 써보고 싶다"고 해서 계약하게 됐다. 특히 소는 크지 않나. 목에 기기를 장착하면 훼손이 잘 되는데, 사람 손이 많이 간다. 1000두, 2000두 넘어가면 일일이 관리하는 게 힘들다. 소가 계속 자라니까 목에 건 기기도 2주마다 늘려줘야 목이 안 졸린다. 그런데 라이브케어는 일단 캡슐을 먹여놓으면 관리할 일이 없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생체 정보를 받아서 확인하면 되니 너무 편한 거다.

- 앞으로 해외 시장도 이런 강점으로 공략할 수 있겠다.

▲ 캡슐 타입의 장점이다. 같은 체온을 가져오고 같은 활동량을 추적한다고 해도 정보의 질이 다르다. 사람도 외부에서 잰 체온과 심부 온도는 다르지 않나. 심부 온도는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 고유의 체온이다. 몸 바깥에서 측정하면 외부 영향도 함께 계산해야 하니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정보의 질과 서비스가 기존 방식과 차원이 다르니 더 만족할 거다.

- 현재 해외 진출 현황은?

▲ 지난해 일본에 10억 규모로 본격적인 수출을 했다. 이제 미국 시장에도 수출하게 된 거다. 해외시장이 더 넓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축산 선진국은 아니지 않나. 이 우수한 기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면 국내 시장 진출도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

- 라이브케어를 적용하고 있는 국내 농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가격은 적당한지?

▲ 1200 농가 정도다. 캡슐은 한 개에 20만 원인데, 농장주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소 한 마리를 관리하는 데 20만 원이라고 하면 싸다는 분들도 있고, 5만 원도 비싸다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질병뿐만 아니라 발정을 탐지해 수정에 적합한 시기를 알려주고, 분만도 예측해준다. 분만 사고율이 15%라고 한다. 언제 송아지가 태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농장주들의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 사고율을 떨어뜨리면 1년 소 농사가 제대로 되는 거다. 수의사를 한 번 부르는데도 10~15만 원이 든다. 이런 비용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고 하는 분들이 더 많긴 하다.

현재 축산 농가 특징은 고령화에 농장 수는 주는데 사육두수는 늘어나는 거다. 그러다 보니 모니터링 관련 시장이 커지고 (축산 분야) IT 보급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계약을 원하는 농가도 더 생기고 있다. 지자체 사업으로 약 50~80% 정부 보조금을 받아 캡슐을 살 수 있으니 비싸지 않게 라이브케어를 이용할 수 있다. 

-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40~60대 이상이 많을 텐데, 앱 사용에 어려움은 없을까?

▲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농장주분들이 어떻게 데이터를 쉽게 해석하고 볼 수 있을지 시각화 연구를 많이 했고, 우리가 플랫폼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다 했다. (앱) 기능이 많아서 다소 복잡하지만 쉽게들 사용하시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시다 보니 연세가 있어도 IT 활용 능력이 높다. 노안 때문에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게 어려움이라고 할 순 있겠다.

송아지용 라이브케어(왼쪽)와 성우용 라이브케어(오른쪽)를 소개하는 김희진 대표 [오두환 기자]
송아지용 라이브케어(왼쪽)와 성우용 라이브케어(오른쪽)를 소개하는 김희진 대표 [오두환 기자]

- 라이브케어 배터리 수명이 6년이다. 수명이 다 되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 반추위 특성상 배출은 안 되고, 캡슐 하나를 더 넣는다. 라이브케어 캡슐은 반추하는 곳인 소의 1·2위에 안착한다. 도축할 때까지 계속 머무른다. 만약 고장이 나면 원격으로 전원을 껐다가 켜본 뒤 기계적인 문제라면 캡슐을 하나 더 먹이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성우 기준 비육은 3~4년, 젖소는 5~6년 정도 산다. 이를 고려해 배터리 수명을 정했다. 송아지는 태어난 지 3~4일 후에 송아지용 라이브케어를 먹인다. 발정·분만보다는 질병에 초점을 맞췄다. 크기도 성우용보다 작다. 이후 반추위가 완성되는 시기인 12개월 때 성우용 라이브케어를 하나 더 먹인다.

- 현재 라이브케어는 소와 양 전용만 개발됐다. 돼지·닭 등 다른 가축용 라이브케어 개발 계획은?

▲ 소, 양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도 계속 R&D를 해왔다. 다만 지금은 반추 동물에 특화돼 소와 양에만 적용할 뿐이다. 향후 반추 동물을 넘어 펫 시장까지도 공략할 계획이다. 우리는 '생체데이터 수집 기술', '하드웨어 개발 기술', '데이터 분석 기술', '플랫폼 기술' 등 여러 기술력을 갖췄다. 반추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다 가능하다고 본다. 돼지, 닭 등 다른 가축용 라이브케어도 만들었다. 상용화만 안 됐을 뿐이다. 소 시장이 너무 커서 소만 가지고도 해야 할 일이 많다. 

- 캡슐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몇 가지인가?

▲ 20가지 정도 된다. 체온이랑 활동량을 통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물을 마셨는지, 몇 번 마셨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떻게 체온과 활동량만 가지고 다 알 수 있냐고 하는데, 그게 앞서 말한 데이터 분석 기술, 모델링 기술 등 우리의 노하우다. 브라질이나 미국에 있는 소가 지금 어떤 상태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여기에서 데이터만 보고도 알 수 있다.

- 지난 2018년에 농촌진흥청(농진청)과 기술 분쟁이 있었다. 현재 농진청과의 관계는 어떤지?

▲ 협력 관계로 잘 지내고 있다. UA 사업도 같이한다. 당시에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정부에서 스타트업이 하는 사업을 육성해줘야지, 그 사업을 직접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진청은 사업화보다는 연구 쪽에 관심이 있는 듯해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년에 감사하게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 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때 데이터 정책,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해 필요한 조언도 해주고 같이 연구도 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기업의 어려움에 관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눴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오두환 기자]

-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반 한우브랜드 '완벽한'을 론칭했다. 한우 사업에 나선 이유는?

▲ 라이브케어를 통해 키워진 소를 어디서 사 먹을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농장주가 소를 스마트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데 관심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사 먹는 데 관심이 있는 거다. 그래서 생체정보를 블록체인화해서 B2C나 푸드테크 쪽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점을 찾아 시범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도축이나 보관까지 맡는 건 아니다. 시범 사업을 해봐야 어떤 부분에 어떤 업체가 적합한지, 우리와 같이 일할 수 있는지 다 알 수 있지 않겠나. 한우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찾고 있는 거다. 소비자 제공용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등 '완벽한'을 하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역량도 키울 수 있었다.

- 기존 축산물 이력제와 다른 점은?

▲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이력제에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키워졌는지만 나와 있다. 생육 정보는 없다. 우리는 해당 소가 어떤 질병에 걸렸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워졌는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귀에 부착하는 태그는 마음만 먹으면 몰래 바꿀 수 있지만 먹는 캡슐은 빼낼 수가 없다. 위변조할 수 없는 투명한 정보다. 이 정보가 소비자까지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정부와 의논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 귀농하는 분들과 젊은 세대가 노하우 없이도 가축을 키우고 농축산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옛날에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소만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제는 소 키우는 분들도 여가 활동을 비롯해 더 윤택한 생활을 해야 한다. 실제로 라이브케어를 이용하시는 분이 해외여행을 간 사이 소가 위급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 앱으로 바로 알림을 받고 옆집에 연락해서 소를 구했다. 이처럼 축산도 개인 생활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거다. 

더불어 한국이 축산 선진국은 아니지만 IT 강국이지 않나. 우리가 앞장서서 IT기술을 접목한 기기를 소개하고 AI 기술을 알리면서 축산도 잘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한다. 해외에 한국 축산이 알려지면 한우 경쟁력도 높아지지 않을까. 국내 위상이 높아지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일을 하다 보니 사명감과 애국심이 생긴다. 유라이크코리아가 더 잘 돼서 축산에 도움이 되는, 축산을 이끄는 기업으로서 롤모델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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