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37℃ 이상 고온 견디는 한우 육종 개발 기대...'수면병' 저항성 유전자도 규명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국내 연구진들이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소들이 37℃ 이상 고온에도 잘 견디는 것은 특정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이 유전정보를 활용해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더위에 강한 한우 육종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정황근)은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 영국, 호주, 케냐, 에티오피아, 수단, 기니, 탄자니아 등 9개국 17개 연구팀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소 게놈 컨소시엄(African Cattle Genome Consortium)’에서 세계 최초로 소의 더위 저항성 및 질병 저항성 관련 유전자인 '슈퍼옥사이드디스뮤타제(SOD1)'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 관련 열조절 유전자(SOD1)의 아프리카 소 집단과 상용축 집단과의 비교 결과 : SOD1 유전자에서 단백질 기능을 변화시키는 영역(염기서열 T가 A로 바뀌면서 단백질 아미노산이 이소류신(Ile)에서 페닐알라닌(Ile)으로 바뀜)이 아프리카 소에서는 95% 이상 유지되어온 반면, 상용축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음.(바뀌면 살구색, 바뀌지 않으면 초록색)(그래픽사진=국립축산과학원)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축산 분야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빠른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한반도의 가축 병 발생 및 생산성 향상과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정보로서, 환경적응성이 높은 한우 집단을 육성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 가축인 한우의 사육 적정온도는 10℃〜20℃로 비육우의 경우 26℃ 이상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30℃ 이상이면 발육이 멈추며, 심한 경우 폐사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다양한 기후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아프리카 토착 소에 관심을 집중하고 토착 소 5개 품종 48마리 3,700만 개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 연구에 사용한 아프리카 소 5개 품종 유전체정보 및 주요 서식지(사진=축산원)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아프리카 5개 소의 품종은 케나나(Kenana), 보란(Boran), 오가덴(Ogaden), 엔다마(N’Dama), 앙콜(Ankole))이고, 48마리 소의 정보는 Ankole 10, Boran 10, Kenana 9, N’dama 10, Ogaden 9 등이다.

그 중 높은 온도에서 잘 적응한 아프리카 토착 소와 ‘한우, 홀스타인, 저지, 앵거스’ 같은 널리 키우는 상용 품종의 게놈 정보를 비교한 결과, 고온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원인 유전자 4개를 발굴했다.

더위에 잘 견디는(내서성) 아프리카 품종은 한우와 유럽계 품종보다 열충격단백질 관련 유전자들이 오래 전부터 유전적 구조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보존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열 조절 유전자와 관련된 슈퍼옥사이드디스뮤타제(SOD1: super oxide dismutase 1) 유전자에 존재하는 단일염기서열변이(SNP)는 아프리카 토착 소에서는 95% 이상 보존된 반면, 한우를 비롯한 상용 품종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서는 진드기 저항성, 우유생산 등 생산성 관련 유전자와 인수공통전염병인 수면병의 저항성 유전자도 확인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 수면병 저항성을 가지는 아프리카 N’Dama 품종의 유전적 구조(사진=축산원)

수면병은 한 번 걸리면 잠이 든 채 숨을 거두는 병으로 ‘트리파노소마병(Trypanosomiasis)’이라고도 불리며 연간 50만 명이 감염돼 5만여 명이 숨질 정도로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산맥 이남 북위 10도, 남위 25도 사이의 열대, 아열대 지방에 유행하는 질병으로 체체파리에 의해 매개된다. 사람 수면병과 동물 수면병의 두 가지로 나뉜다.

수면병에 걸리면 처음 파리에 물린 피부가 붓고 통증,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고 원충이 혈액, 림프액 중에서 발육 증식해 원충혈증을 일으키면 전신무력감, 불면증이 생기고, 림프절 종대와 고열이 난다.

병이 악화되면 림프절의 크기가 줄어드나 전신쇠약, 무력감, 기면상태에 빠지고 언어장애와 혀, 손이 떨린다. 몸을 흔들어 주면 눈을 뜨기도 하다가 계속 잠들게 돼 영양실조, 뇌염, 혼수로 사망한다.

▲ 수면병 증상 및 발생지역(사진=축산원)

수면병 저항성이 있는 서북부 아프리카의 ‘엔다마(N’Dama)’ 품종을 조사한 결과, 식조절(feeding behavior), 빈혈 조절 유전자 등 4개 유전자가 수면병 감염에도 체중 유지와 무기력함‧빈혈을 이겨내게 하는 유전자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과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의 하나로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서울대‧전북대‧(주)조앤김 지노믹스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전체 생물학회(Genome Biology)’에 실렸다.

농촌진흥청 동물유전체과 임다정 농업연구사는 “기후온난화에 따라 질병과 환경적응성이 높은 집단을 육성하는데 이번 유전정보를 육종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한우에서 보유하고 있는 내서성, 질병저항성 유전체 분석 연구를 추가로 진행해 DNA 정보를 활용한 가축생산성 향상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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