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기존 효소 분해능력의 2배...사료첨가제, 식품첨가제, 세재 등에 화학재료 사용 대체 가능”<연구진 일문일답>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국내 연구진이 우리나라 토종 흑염소 위(胃)에서 특정물질 분해능력이 2배 이상 뛰어난 효소 유전자 대량 발굴에 성공하여 사료첨가제, 식품첨가제, 세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함으로써 화학재료 사용 문제 해결과 효소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농촌진흥청(청장 정황근)은 국립축산과학원(원장 오성종) 연구진이 한국재래흑염소의 위(胃)에서 사료첨가제와 세제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분해 능력이 뛰어난 효소 유전자 55개를 발굴하고, 유전공학기법을 활용해 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 유전자은행 구축 및 분해활성 유전자 발굴 과정(자료제공=국립축산과학원)

‘효소’는 생물이 만드는 단백질로서 복잡한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데,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친환경적인 특성 덕분에 기존 화학재료보다 고부가가치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산업용 효소시장은 연간 1,000억 원 규모(약 7,000톤)지만 대량생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효소 활용제품의 최종가격은 수입 효소 가격에 많은 영향을 받는 데 산업용 효소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50%)을 차지하는 '사료첨가제' 생산에 이번 발굴한 효소를 활용한다면 사료비 절감 효과로 축산 농가의 소득향상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료첨가제'는 일종의 소화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료비를 절감하고 사료효율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데 셀룰라아제, 아밀라아제 같은 8여종의 효소가 들어있다.

또한, 천연세제나 프리바이오틱스(장내 유익한 미생물을 잘 자라게 해 주는 성분) 등 기능성 식품소재, 2세대 바이오에너지(바이오에탄올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1세대 곡물류, 2세대 목질계, 3세대 미세조류) 생산과 같은 다양한 산업분야의 원천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토종흑염소서 분해능력이 탁월한 효소 발굴에 성공하여 유전자은행으로 대량생산 기반이 마련됐다(사진=농진청)

흑염소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 가운데 매우 거친 먹이에 적합하도록 진화해서 되새김 위(반추위) 미생물에서 각종 분해 효소를 풍부하게 분비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은 볏짚 사료만으로 사육한 한국재래흑염소 위에서 반추 위액과 소화물의 미생물 DNA를 채취하고, 다시 이 DNA를 추출해 얻은 유전자 조각을 실험용 대장균에 넣어 ‘유전자은행’(대상 DNA 조각들을 무작위로 포함하고 있는 형질전환 대장균들로 대상 DNA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활용하면 흑염소에서 효소를 추가 채취하지 않아도 원하는 효소 유전자를 찾아 낼 수 있다. 즉, 대장균(보관하는 틀의 역할)에 외래 흑염소 유전자를 넣으면 계속 자라서 똑같은 유전자 정보를 같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은행'에서 발굴한 섬유소분해 효소의 활성을 확인한 결과, 분당 단백질 1mg이 섬유소에서 유리시킨 환원당량(㎍)이 1∼50units/mg 정도의 활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KG51 효소(KG는 Korean Goat 즉 한국 염소라는 의미로 신규 섬유소 분해 효소에 붙인 이름)의 경우, 널리 쓰이는 트리코더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 섬유소분해 효소보다 2배 강한 활성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빠른 산업화를 위해 효소 유전자를 바실러스균에 넣는 과정을 추가했다.즉, 유전자 확인은 대장균에서 하고 인체에 무해한 바실러스 균으로 넘긴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포 안에서 효소를 채취하는 작업 없이 효소가 세포 밖 배양액으로 자연스럽게 추출돼 생산단가를 30% 정도 낮추고 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래 효소는 세포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효소를 얻기 위해서는 세포를 깨는 작업이 필요하나, 효소 생산시설이 열악한 국내 산업체에서는 이런 작업이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에서는 소, 들소(버펄로), 야크의 반추위, 토끼의 맹장에서 미생물 분석을 통해 다양한 섬유소 분해 효소를 발굴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몇몇 연구자들이 소에서 섬유소 분해 효소 유전자 발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 유래 신규 섬유소분해효소 발굴 및 특성 구명'이란 제목으로 '엽선 미생물학지(Folia Microbiologica)' 등 국제학술지 3곳에 실렸다.

효소 34종은 특허등록하고, 11건은 미생물 배지와 효소를 만드는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으며, 연구 과정에서 생산한 대량의 미생물 유전자은행과 관련 정보는 국내 산업체, 연구자들과 공동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최유림 축산생명환경부장은 "이번 성과는 축산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생물신소재 개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축산미생물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도록 산업체와 협의해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과 일문일답>

- 효소를 사용하면 왜 친환경적이고 비용절감이 되는가?

▲먼저 친환경적인 이유는 효소의 높은 기질 특이성 때문에 부반응에 의한 부산물 생성이 적고, 부반응이 없어 후공정이 용이하다. 또한 중금속 등 환경 폐기물 발생이 없거나 매우 적고 독성이 없는 물이나 저독성 용제를 사용해 화학제제에 비해 작업환경이 안전하다.

그리고 비용절감 요인은 안전한 상온 상압 반응 조건하에서 반응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열량 에너지가 낮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감된다. 또한 여러 단계 화학적 합성 경로가 단축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고, 사료첨가제로 사용할 경우, 가축의 사료효율을 높여 사료 소비절감에 따른 생산성이 향상된다.

- 왜 토종 흑염소 반추위를 사용하게 됐는가?

▲염소는 목질계 섬유소가 풍부한 먹이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염소의 특성은 바로 반추위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지구상에 가장 흔한 섬유소 자원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굴하기 위해 흑염소를 선택했다. 1년 6개월령의 흑염소에게 한 달 동안 목질계 섬유소가 풍부한 볏짚만을 급여해 섬유소 분해 능력을 지닌 미생물군이 많도록 유도한 후에 반추위 미생물 시료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소의 반추위 미생물에 대한 DNA 분석을 통해 대량의 섬유소분해효소 유전자를 발굴해 보고한 바도 있으며(Hess 등, 2011, Science),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소의 반추위 미생물 DNA 분석을 통해 새로운 효소 유전자를 발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토끼 맹장의 미생물을 사용하여 많은 섬유소분해효소 유전자에 대해 산업재산권을 확보한 바도 있다. 그밖에 버펄로, 야크 등에 대한 반추위 미생물 연구도 여러 연구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와 염소 반추위 미생물 DNA 연구를 수행한 바가 있으나, 규모가 작고 관련 유전자은행의 활용도가 낮았다.

- 기존에도 이렇게 가축의 반추위를 이용한 효소 발굴 실용화 사례가 있는가?

▲외국의 사례에서는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효소들은 토양 곰팡이나 미생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토양 미생물 유래의 베타 만난아제를 사료첨가제로 활용하여 미국까지 수출한 경우도 있다.

- 왜 반추위 미생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실험용 대장균을 이용했는가?

▲반추위는 공기가 없다. 따라서 반추위에 사는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공기에 노출되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러한 반추위 미생물의 특성 때문에 직접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반추위액에서 미생물들을 포집하여 DNA를 추출하여 실험용 대장균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유전자은행을 구축하게 되었다. 실험용 대장균을 이용하면 안정적으로 유전자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 실험용 대장균에서 왜 유전자를 바실러스균으로 다시 옮겼는가?

▲대장균을 이용하여 효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대장균은 효소를 배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장균에서 효소를 생산하게 되면, 대장균을 파쇄하여 효소를 추출하게 되며, 이 때 대장균이 가지고 있는 많은 단백질들이 오염이 되어 목적 효소를 분리하기가 어렵다. 바실러스균은 상대적으로 대장균보다 효소를 세포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둘째는 대장균은 병원균으로 알려져 있는 관계로 생산단계에서 기피하고 있다. 바실러스 서브틸러스균은 김치와 된장 같은 음식에서 유익한 균으로 알려져 있어 안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 유래 효소는 성능이 항상 뛰어나는가?

▲항상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종류의 미생물에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해 먹이를 소화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 유래 효소의 대부분은 적정 활성 온도가 반추위 온도와 유사한 40~50℃로, 이러한 조건은 바이오에탄올 생산 공정에서 효소 반응 온도와 일치한다.

따라서 반추위 유래 섬유소분해효소의 경우, 사료첨가제 외에 바이오에탄올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활성이라도 새로운 효소 유전자인 경우, 돌연변이 유발에 따른 인위 진화 처리로 높은 활성의 유전자로 개발할 수 있다.

-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은 섬유소분해 활성에만 특화되었는가?

▲아니다. 먹이에 따라 반추위 미생물 군집이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원이나 지방질원이 많은 먹이를 급여하면 그에 따라 미생물 군집이 변하고, 목적 기질을 분해하는 효소 유전자를 발굴하는데 더 적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추위 미생물 군집 변화는 먹이가 급여된 후, 2~3시간이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정적 군집 변화 실험을 위해 1주일 이상이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가?

▲사료첨가제, 바이오에탄올 생산 공정에 활용된다. 이 밖에도 식품가공 분야에서는 시럽제조, 맥주 등 알코올 발효, 낙농, 제빵, 과일 및 채소 주스, 곡물가공, 식품보존, 식품유지가공, 기능성 식품제조 등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세제 제품에도 첨가하며, 피혁 및 제지 생산 공정에도 사용되고 있다.

-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 기대되는가?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산업용 효소들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사용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효소의 수입금액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에 의해 결정되므로, 효소 생산 기반 산업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효소 가격 인상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특히 축산농가의 사료비 상승은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로 사용하고 있는 효소군에 대해 국내에서 뛰어난 성능을 지닌 효소를 생산한다면, 수입대체 효과 및 수입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10년 내 60% 이상 국산 효소로 대체될 경우, 해마다 60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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