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알고 보면 팔방미인 슈퍼푸드 ['요리하는 한의사' 조성훈 칼럼] 

2025-07-15     조성훈 한의사
사진제공=평택 자연방한의원

칠팔월이 되면 산과 들에 도라지꽃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보라색 주머니같이 오므린 모양이 특이해 도라지꽃은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어릴 적 색종이로 도라지꽃을 많이 접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초등학교에서 도라지타령을 배울 정도로 도라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식재료입니다. 

무엇보다 제사를 지낼 때면 도라지나물이 꼭 사용되고, 도라지 정과는 귀한 선물로 사용되는 등 도라지는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도라지는 주로 물 빠짐이 좋은 사질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물을 가두어 키우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물 빠짐이 좋은 땅은 논농사가 어려워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도라지는 그런 땅에서 더 잘 자라기 때문에 과거부터 사질 토양이 많은 산골에서 많이 재배했습니다. 

도라지는 다른 뿌리채소들과 다르게 3년 이상 오래 재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라지가 3년 정도 묵으면 꽤 굵어지는데 1~2년 기른 도라지에 비해 껍질을 까기가 편하고, 맛도 부드럽고 단맛이 강해집니다. 

도라지가 3년 이상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도라지의 껍질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도라지를 길경이라고 하여 바이러스나 세균성 질환에 약으로 사용합니다. 

민간에서는 보통 기침 가래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의사들은 길경(도라지)을 여드름과 같은 피부의 염증이나, 배탈, 설사 등에도 사용합니다. 

도라지는 과거에 구황작물로 사용됐습니다. 쌀과 보리 같은 곡물이 부족한 시기에 도라지를 곡물과 함께 넣어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것은 도라지가 전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라지의 전분 성분 중에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눌린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혈당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곡물이 과도하게 공급되어 민감도를 잃어버린 인슐린 조절 기능이 도라지의 낯선 전분을 만나 활성화되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 그 원리입니다.  

또한 도라지는 한방에서 이기제로 사용되는데, 이기제는 기운을 빨리 돌려준다는 의미로서 여름철에 축축 처지는 몸에 기운을 북돋는데 제격입니다. 

이렇게 좋은 도라지지만 요즘에는 밥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껍질을 까기도 번거롭지만 쌉쌀하고 아린 맛이 나서 선뜻 식재료로 선택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평택 자연방한의원 조성훈 원장. 

도라지는 가능하면 굵은 것을 선택하면 다루기도 쉽고 맛도 부드럽습니다. 또한 도라지를 잘게 썰어 소금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두면 아린 맛이 많이 빠집니다. 그리고 도라지를 요리할 때 약한 불을 오래 가하면 전분이 변성되어 깊은 단맛이 올라옵니다. 

예를 들어, 백숙을 할 때 3년 묵은 도라지를 넣으면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이 닭의 기름기를 잡아 주어 담백한 맛을 살려주고 소화 흡수를 도와줍니다. 도라지 특유의 단맛이 올라와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 도라지나물을 곁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로 건강에 좋습니다. 

또한 아린 맛을 제거한 도라지를 잘게 잘라 고추장과 함께 초무침을 하면 여름철 덥고 습한 기후에 처진 기운을 돕고 입맛을 돌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칼럼은 평택 자연방한의원 조성훈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