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광주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 광주의 희생 헛되지 않게 하겠다”

김꽃비 "5.18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로써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으로, 그 뜨거웠던 인간애의 기억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자"

[한국농어촌방송/광주=정양기 기자] 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이 오늘(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빗속에 진행된 38주년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 대표와 5.18 유공자, 유족, 일반 시민과 학생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1980년 5.18 당시 구 전남도청앞 광장에 운집한 광주시민(사진=5.18기념재단)

비를 맞으며 광주의 아픔을 위로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아직도 끝내지 못한 진실 규명을 문재인 정부 들어 제정된 5.18 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 가동되고 그 어떤 의혹 없이 사실이 완전 규명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광주는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우회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광주는 언제나 역사를 마주했습니다. 옳은 일에는 기쁘게 앞장섰고, 옳지 않은 일에는 기꺼이 맞섰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라고 5.18정신을 되새겼다.

그러면서 “항상 광주는 새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쉽게 올 것 같지 않아도, 광주는 기다리며 싸웠습니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광주는 늘 맹세했습니다.”라며 “역사에서 정의가 끝내 승리하듯이, 광주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입니다. 민주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라고 끝을 맺었다.(기념사 전문 수록)

비를 맞으며 기념사를 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사진=5.18기념재단)

이날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배우 김꽃비와 김채희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녀의 화해를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뮤지컬 배우 남경읍, 민우혁은 특별한 '시네라마' 공연을 준비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 군과 38년 동안 아들을 찾아다닌 아버지의 사연을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에 접목한 공연으로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귀복 씨가 출연해 눈시울을 적셨다.

남경읍 민우혁은 '부치지 못한 편지' '못다핀 꽃 한 송이'를 부르며 뜨거운 울림을 전달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고 찰스 베틀리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과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 등도 참석했다.

마지막으로 김꽃비는 "5.18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로써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으로, 그 뜨거웠던 인간애의 기억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자"고 말해 웅장한 감동을 더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재외동포 여러분,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입니다.

먼저 목숨을 바쳐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우신 민주영령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빕니다. 마음과 몸의 상처를 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위로를 드립니다. 광주정신을 지키고 이어 오신 시도민과 재외동포를 비롯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시고 광주를 외롭지 않게 해주신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 故 찰스베츠 헌틀리 목사님, 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님, 고맙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광주와 아시아의 연대를 주도해 오신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38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진실규명입니다. 요즘 들어 5·18의 숨겨졌던 진실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언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불완전했던 진실규명이 이제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않고,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당시 국방부가 진실의 왜곡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도 가려질 것입니다. 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는 역사의 복원과 보전입니다. 정부는 옛 전남도청이 5·18의 상징적 장소로 복원되고 보존되도록 광주시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자료를 더 보완하도록 광주시 및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80년 5월, 광주는 광주다웠습니다.

5월15일을 기해 서울의 대학생 시위는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러나 광주는 오히려 일어났습니다. 17일 밤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신군부는 정권탈취의 야욕을 노골화했습니다. 그에 광주는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신군부는 군병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습니다. 그래도 광주는 그들에게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

그들은 광주를 군화로 짓밟았습니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았습니다. 헬리콥터에서도 사격했습니다. 그래도 광주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유혈의 현장에서 광주는 놀랍게도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배고픈 시위자에게 주먹밥을 나누었고, 피 흘린 시위자를 위해 헌혈했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

80년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광주학생들이 항일운동을 일으켜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 시위를 선도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광주사람들은 정의로운 항거에 늘 앞장섰고, 희생됐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

광주는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우회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광주는 언제나 역사를 마주했습니다. 옳은 일에는 기쁘게 앞장섰고, 옳지 않은 일에는 기꺼이 맞섰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

항상 광주는 새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쉽게 올 것 같지 않아도, 광주는 기다리며 싸웠습니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광주는 늘 맹세했습니다.

80년 5월, 광주는 신군부의 정권찬탈을 저지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고 싶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바뀌는 날을 앞당기고 싶었습니다. 남과 북이 협력하며 평화롭게 사는 날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날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소망과 달리, 신군부는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기까지는 7년이 걸렸습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은 5·18로부터 17년 후였습니다. 그때 탄생한 정부가 조국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했습니다.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5·18로부터 27년 후였습니다.

그 후로도 역사는 직진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부패와 무능이 이어졌습니다. 남북한 사이에 대화는 단절됐고, 대결은 첨예해졌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국정은 농단됐습니다.

그에 따라 2016년 초겨울부터 6개월 동안 전국에서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한 촛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5·18정신은 촛불혁명으로 장엄하게 부활했습니다. 그 혁명으로 당시 대통령이 탄핵됐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역사는 문재인 정부에게 국정을 바로세우고, 민주주의를 살리라고 명령했습니다.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라는 숙제를 주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1년 사이에 여러 분야의 국정을 바로잡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신속히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필코 민주주의를 모든 분야에서 내실화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착근시키겠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고 읊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5·18 이후 38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지만, 그러나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38년 전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산화하신 윤상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영혼으로 결혼하시고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부활하신 윤상원님의 말씀은 맞았습니다. 결국 광주는 승리자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광주는 승리할 것입니다. 역사에서 정의가 끝내 승리하듯이, 광주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입니다. 민주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