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성 칼럼니스트

[한국농어촌방송/경남=권재성 칼럼니스트]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를 어떤 사람은 문재인정부가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희망을 갖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순간이라도 경제가 좋았다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아마 그 누구도 없으실 것입니다. 매 순간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앞으로도 경기가 좋다고 여기실 날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은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첫째, 우리나라 경제는 철저하게 세계 경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멕시코, EU 등과 왜 무역분쟁을 일으킬까요? 마치 동네 양아치들이 시장을 돌며 노점상에서 삥 뜯듯이 강도적인 약탈을 계속하는 이유는 세계경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며, 앞으로 미국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발로입니다. 아마도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패퇴할 때까지 몇 십 년 동안 이러한 강도행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경기가 내리막을 걷는데 대외 수출의존도 40%, 수입의존도 37%가 넘는 우리나라 경제만 독야청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둘째,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이 메가트랜드가 되어버린 오늘날 70~80년대의 호황을 더 이상 기대해선 안 됩니다. 1970년대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는 ‘무자식이 상팔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처음으로 1명을 밑돌았습니다. 현재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5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6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근 산청군을 예로 들어보면 1965년 11만6762명에 달했던 인구가 2019년 3만4033명으로 71%가 감소했습니다. 진주시의 경우 1999년 34만1516명, 2009년 33만1710명, 2019년 36만3209명으로 계속 감소하다가 혁신도시가 들어서자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혁신도시와 항공산업 발전의 혜택을 단단히 보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두 지자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자리입니다. 도시의 성쇠는 일자리의 유무가 결정합니다.

셋째,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메가트랜드 중의 하나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기존의 산업혁명은 ‘인간이 이용하는 기계’를 통한 것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자리 대체율이 낮은 창의적인 직종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업 등 자동화로 사라지기 쉬운 직종들은 지방 중소도시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지방 중소도시의 일자리를 더욱 빠르게 소멸시키리라는 예상을 쉽사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성장시대에는 효율성 추구, 선택과 집중정책으로 수도권과 대도시 인구집중이 더욱 가속화되고, 지방 중소도시는 젊은이와 아이들이 살지 않는 노인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우리 도시는 무엇이 강점이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지자체와 대학, 각종 연구기관들이 모여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안인득사건은 한 개인만의 일탈이 아니라 20~30년 후 슬럼화 된 우리 지자체의 미래를 예고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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