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중국에서 차가 발달한 이유는 예로부터 물이 맑지 않기 때문이다. 석회암 지형에 흐르는 물에는 석회석이 녹아있다. 석회석은 섭씨 28도가 되면 응결된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이니 석회석이 함유된 물을 마시면 몸속에서 응결되어 요로결석, 신장결석 등의 병을 일으킨다. 중국의 많은 지역은 석회석이 함유된 물이 흐른다. 당연히 한국처럼 계곡에 흐르는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북경의 목욕탕에서 석회석이 응결되어 까끌까끌하게 뭉쳐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물을 마시지만 물에 있는 석회석을 몸속에서 뭉치지 않게 하여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물을 끓여 마시는 방법이다. 물을 끓여 석회석을 먼저 응결시킨 후, 이를 가라앉히고 나서 마셔야 안전한 것이다.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며 진화했다. 석회석 지형이 많은 중국에서는 물을 끓인 후, 차를 우려 찻잎으로 석회석을 가라앉히고 나서 물을 마셨다. 중국에서 차가 발달한 이유이다. 눈을 돌려 유럽을 살펴보면 이와 유사하다. 유럽도 석회석이 많이 함유된 지형이 많기에 물을 정제하기 위해 커피와 주스, 유제품이 발달했다. 중국이나 유럽도 물에 석회석이 함유되지 않은 지역을 가면 차나 주스보다 그저 맑은 물을 마신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물에 있어서 복 받은 나라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순수한 물을 마시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래서 석회석이 함유되어 있지만 몸속에서 응결되지 않는 방법을 찾은 것이 인위적으로 물의 분자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분자식을 변화시키면 체온인 36.5도에서도 석회석이 응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을 통상 광천수라고 부른다. 한국에 수입되는 유럽의 고급 생수들 가운데 많은 것들은 석회석이 녹아 있지만 분자식을 변화시킨 광천수들이다. 질로 따지면 원천적으로 석회석이 없는 한국의 생수가 훨씬 우수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르면서 이름도 어려운 유럽의 광천수를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자기만족을 얻는다. 두 번째는 석회석이 함유될 수 없도록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증류수라 부른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생수가 두 종류임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광천수이고 다른 하나는 증류수이다. 증류수는 석회석이 함유되어 있지 않아 안전하나 다른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지 않아 광천수보다 사랑을 덜 받고 있다.

차는 하나의 종류이다. 이를 생으로 먹으면 녹차, 반만 발효시켜 먹으면 우롱차, 완전히 발효시켜 먹으면 홍차가 된다. 같은 차이지만 지역에 따라 지형의 영향을 받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저 차에 지역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을 두고 마치 차가 다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차도 생으로 우려먹는 녹차가 차 고유의 향을 잘 간직하고 있으나 보관기한이 짧아 오랫동안 마시기 위해 탄생한 것이 우롱차와 홍차이다.

석회석이 함유된 물이 많아 자유롭게 물을 마시지 못했던 유럽인들은 18세기 중국인들이 차를 우려 생수에 가장 가까운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홍차를 대량 수입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차는 당시로써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생수에 가까운 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된 영국은 환호했으나 무역역조가 심화됐다. 차를 수입했으나 중국에 팔 마땅한 다른 물건이 없었던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팔기 시작했다. 차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보았던 중국은 아편이 들어오자 역으로 무역역조가 심화됐다. 청나라는 무역역조를 시정하고 중국인들의 아편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아편수입을 금지했다. 그러자 영국은 중국에 전쟁을 벌였다. 이것이 아편전쟁이고 중국이 열강들의 반식민지가 되는 시발이었다.

대한민국은 굳이 차나 커피가 없어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는 땅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맑은 물은 매우 중요하다. 마음 놓고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삼천리금수강산을 관리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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