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일가족 동반자살 소식이 우리 사회를 아프게 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통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ECD 평균 2배를 훌쩍 넘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그중 가장 비극적인 것은 ‘일가족 동반자살’이다. 무엇보다 그릇된 어른들의 생명경시 풍조가 아까운 자녀들의 생명까지 잃게 만드는 일이다. 부모의 선택으로 자녀들의 생명까지 앗아간다는 것은 기성세대와 이 사회의 병든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경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업실패, 신변비관, 빚에 시달리는 등 여러 가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가정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위기의 가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살률을 낮추는 제도와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고 더이상 극단적 선택을 택하지 않도록 구조의 손을 내미는 범국가적인 캠페인과 생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민간조직뿐 아니라 교회와 다양한 사회단체와 연계하여 협조체제를 갖추고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이 고귀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십계명 중 여섯 번째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이다. 왜 하나님께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남겼을까? 이것은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데,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했을 때 죄가 인류에게 틈타게 되었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 스스로가 경시하고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살인이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 가인과 아벨에게서 나타난다. 분노와 절망, 미움과 증오가 쌓여 친족을 살인하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죄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첫 사건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결정권을 준 적이 없다. 한 사람이 자기 생명을 파괴할 권리도 없고 생명이 있는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도 없는 것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에게 인간의 생명을 해하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인 동시에 책임감 있는 삶으로 부르심이다. 자살은 자기가 부여받은 생명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이다. 남을 죽이는 일만이 살인이 아니라 스스로 취하여 생명을 끊는 자살도 하나님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누구든지 하나님의 직접계시를 받지 않는 한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은 ‘살인하지 말지니라.’의 제6계명을 범하는 살인 행위라 하였고 모든 경우의 자살을 거부하였다.

인간의 생명에 관한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며, 그에 대한 판단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단 한 분뿐인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은 바로 그 창조주의 소유물이며,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창조주가 원하는 한 계속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기독교라는 종교적인 색채가 깔려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 생명에 관한 존엄성에 대해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주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였고 이는 인간의 생명이 가지는 절대적인 가치를 더욱 부각시켜 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생명을 더욱더 사랑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이 귀하다는 것을 안다면 타인의 생명도 귀한 것임을 알고 존귀하고 보배롭게 여기는 생명 존중 문화를 꽃피우는 이 시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