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사 김일손의 상소 26개 조목 중 마지막 조목은 ‘소릉(昭陵)을 회복하소서.’ 이다.

소릉(昭陵)은 문종의 비이자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顯德王后 1418∽1441) 권씨의 능이다. 현덕왕후는 1441년 7월23일에 단종을 낳은 후 하루 만에 산후통으로 별세했다. 그녀의 나이 23세였다. 왕실은 9월21일에 그녀를 안산읍 와리산에 장사지냈는데, 문종은 1450년 7월1일에 현덕왕후로 추숭하고 능호를 소릉(昭陵)이라 하였다. (문종실록 1450년 7월1일)

그런데 1457년 6월21일에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로 유배당했다. 5일 후인 6월26일에 세조는 현덕왕후 권씨를 폐위하여 서인으로 삼고 소릉(昭陵)을 폐하였다.

그러면 상소를 읽어보자.

“우리 국가는 마치 금주발(金甌 나라의 영토와 주권이 완전하고 견고함을 금주발에 비유함)같이 반듯한데, 지난날의 연고로 조그마한 하나의 결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온 조정 신하 된 사람들이 하늘을 이고 땅을 밟으면서 강상(綱常)이 이지러진 중에도 태연히 지나며, 스스로 지각이 없으니 이 어찌된 일입니까?

예로부터 제왕의 사당에는 혼자 있는 신주(神主)가 없는데, 문종(文宗)의 사당만 홀로 있습니다. 광릉(光陵 세조)께서는 세상을 구제할 계략을 품고, 여러 사람의 인정에 휩쓸리어 부득이 선위(禪位)를 받지 않으실 수 없었음은 종묘사직를 위한 계책이었고, 소릉을 폐한 것은 광릉(세조)의 본의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신이 듣건대, 문종이 동궁(세자)으로 계실 때에 소릉에 이미 승하하셨으니 노산군(단종을 말함)을 복위시키려는 음모에 관계 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만일 어머니 때문이라고 한다면 당시 주모한 사람들의 아들은 죽였으나 딸은 외부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하여 용서한 예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광릉(세조)의 어지신 마음을 살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송현수(宋玹壽)는 노산군의 장인이건만 그 아들 송거(宋琚)와 조카 송영(宋瑛)이 이미 선왕의 용서를 입어 조정에 벼슬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릉을 다시 용서할 수 없겠습니까? 비록 전하께서 원통함을 밝게 살펴서 복위하고자 하더라도, 의견을 말하는 자들은 반드시 조종(祖宗)의 과실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여 반대할 것이나, 이것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단연코 복위시키시면 장차 세종의 덕과 비교되고, 문종(文宗)에 대한 누(累)를 없애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태조조(太祖朝)에서 왕씨(王氏)를 다 베어 죽이시고, 태종(太宗)께서는 먼저 정몽주(鄭夢周)를 죽였는데, 개인적으로 본다면 정몽주가 조종(祖宗)을 모해한 만큼 자손들에게는 큰 원수입니다. 그렇지만 세종(世宗)께서는 그 후손들을 녹용(錄用)하여 그의 절개를 표창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금의 충신(忠臣) 후손의 대열에 세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문종께서는 특별히 왕씨의 후손을 찾아서 숭의전(崇義殿)을 세워서 끊어진 제사를 잇게 하였습니다. 세종·문종 두 임금의 인덕은 천지와 같이 큽니다. 후세 사람들은 세종·문종께서 태조와 태종의 허물을 드러냈다고 말하지 아니하고, 신성(神聖)한 자손들이 능히 조종의 허물을 메웠다고 하였으니, 어찌 옳지 않겠습니까.

신은 바라건대, 전하께서 소릉(昭陵)을 예전처럼 회복시키고, 나무하고 소치는 것을 금지시키며, 거상기간이 끝나면 신주를 옮겨 문종의 사당에 함께 모시면 온 나라의 강상(綱常)을 위해 더 없는 다행이 될 것입니다. ”

태종(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은 정몽주를 개성 선죽교에서 죽였으나, 정몽주를 영의정부사(領議政府事)로 증직하였고(태종실록 1401년 11월 7일), 문종은 고려 왕씨의 후손을 예우하고 숭의전을 지어 제사를 받들게 했다.(국조보감 제8권, 문종조 1년(1451년) 또한 성종도 1470년 3월19일에 정몽주의 자손을 녹용(錄用)하라고 하였다.

하물며 소릉 복위는 못 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소릉은 복위되지 못했고, 김일손의 소릉 복위 상소는 1498년 7월12일 연산군 친국의 초점이 되었다. (연재 10회 연산군, 소릉에 대하여 김일손을 친국하다. 참조)

선릉 전경(성종 임금 능) (사진=김세곤)
선릉 전경(성종 임금 능) (사진=김세곤)

 

선릉 (사진=김세곤)
선릉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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