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 19)로 인해 대한민국을 비롯한 온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런 일을 대면하게 되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절감하게 된다. 한국 교회도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여러 어려운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가슴 먹먹하기만 하다. 하나님께서 자비의 손을 내밀어 주시어 이 고난의 때가 속히 지나가게 하시고, 아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이 회복되게 하시고,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고 겸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전염병으로 고생한 역사가 많다. 특히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던 14~17세기 때는 참혹했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은 19세기에 와서야 붙여진 것인데, 이 전염병에 걸리면 피부가 검게 변하고 그 부분에 괴저가 발생하는 현상 때문에 흑사병이라 불렸다. 당시 어떤 사람들은 전염병은 하나님이 내린 형벌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해 도망하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신앙이라고 주장했다.

루터는 전염병조차도 하나님의 작정 안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퍼뜨리는 것은 마귀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루터는 스스로 묻고 답한다.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나님의 심판이라며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물에 빠졌을 때 수영하지 말고 하나님의 심판이라며 익사해야 하는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 의사의 도움을 받지 말고 ‘이건 하나님의 심판이야. 저절로 나을 때까지 참고 버텨야 해’라고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배고프고 목마를 때 왜 당신은 먹고 마시는가? 이제 우리는 ‘우리를 악에서 구해주소서’라는 주기도문을 암송해서는 안 되는가? 만일 누군가가 불이나, 물이나, 고통 가운데 있다면 나는 기꺼이 뛰어들어 그를 구할 것이다.” 순교를 각오한 강한 믿음의 사람들이 전염병에 맞서 이웃을 돌보고 살피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이것을 강요하거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연약한 믿음의 소유자를 정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루터는 말했다. 너무나 경솔하고 분별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또한 죽음과 질병에 대처하는 모든 수단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이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첫째로, 편견을 가진 혐오가 아니라,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연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사태의 원인이 누구 때문이라며, 무엇 때문이라며 논쟁하거나 희생양을 만들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사태를 극복하고 아픔과 슬픔을 당한 사람들을 돌보며 그들을 부둥켜안아 일으킬 수 있을지에 전념해야 한다.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에서 희생양을 찾기 위해 유대인 혐오와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린 아픈 역사로부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둘째로, ‘우리가 죄인입니다’라는 회개가 요청되어야 한다. 우리의 끝이 없는 욕심,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자연과 환경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착취하려는 그 욕심이 이 불행을 낳았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이보다 더 큰 고난이 닥칠 수 있음을 두려운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 비록 우리의 상황이 캄캄하지만, 신실하신 하나님 약속의 말씀,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는 이 약속이 우리로 새 소망을 가져야 한다.

셋째로, 일상의 감사를 회복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껴안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음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더불어 밥 먹을 수 있는 것이 또 얼마나 감사한지,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상이 축제이며 감사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했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지도 깨닫지도 못했는지 모른다. 범사 감사를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회복의 은혜를 간구해야 한다. “주님께서 참으로 우리를 악한 자의 덫에서 빼내 주시고, 심한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의 날개로 우리를 덮어 주시니 우리가 그 날개 아래로 피할 것입니다. 주님의 진실함이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와 갑옷입니다.”(시 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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