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살아가다 보면 어떤 때는 먹구름 가득 낀 답답한 하늘 마냥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비바람 모질게 불어대는 혹독한 날씨처럼 우리 사는 날에도 모질고 가혹한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요즘이 그렇다. 세상이 온통 코로나19 때문에 난리다. 만남이라는 게 실종되어 버렸으니 친지 친구들 만나 수다 떨어본 지도 제법 되었다. 미세먼지 없고 바람 불지 않는 날 강둑길 산책하는 것 말고는 하루종일 칩거상태다. 은퇴 후 고향에서 보내는 생활인지라 평소와 별다른 차이는 없다. 책 읽고 글 쓰고 산책하고 음식 만들어 먹고 잠자고….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상태에 접어들고 보니 똑같은 방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자유를 잃은 사람처럼 답답했고, 고요함은 똑같은데 세상에 감싸여 있다기보다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시간이 이토록 느리게 흐르는 걸까. 이런 때는 영화 한편 보는 것이 제격이다. 오늘 본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더없이 따뜻한 영화다. 1977년 개봉했는데 그 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본 영화다. 내 일상이 힘들거나 지칠 때 자연스레 재생하게 되는 영화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 남자의 행복했던 모습으로부터 시작한다. 항상 긍정적이고 활발하게 지내던 귀도가 운명적인 여인 도라를 만나고 사랑하는 아들을 얻게 되는 그 모습부터. 다른 조건이 편할 때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고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이 외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쩌면 공허한 소리로 들릴 수 있으리라. 때문에 영화는 그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몬다. 하지만 귀도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 다른 이들에게 여전히 친절하고 아들과 아내를 위해 어떠한 위험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다. 도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힘으로 남편과 아들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신도 그 끔찍한 유대인 수용소 행을 택한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 조슈아에게는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세계를 만들게 되었고 결국 그를 지켜냈다. 잔혹한 홀로코스트라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도 인간이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지켜내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존재도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지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설정한 절망적 상황만큼은 아닐지라도 우리 인간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어려운 일들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전염병 같은 재난도 그중 하나. 이번 재난이 시작된 지도 벌써 50일이 지났으니,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온몸이 굳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을 만큼 절망적 상태에 빠져 있다. 아니 절망적 상황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은 느끼면 느낄수록 더 부풀려지고 더 과장되게 나를 옥죄어 들면서 힘들게 만든다. 절망적 상황이 절망적으로 전염되고 있다고나 할까. 절망의 심연에서 어쩔 수 없이 부둥켜안아야 하는 고통이 참 괴롭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잠자고 먹고… 그러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 삶의 과정에서 절망과 희망을 번갈아 만들어가며. 위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절망도 나의 선택에 의해 희망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 비록 삶이라는 게 고행의 바다에서 때로는 허우적거리며 바다 속 끝까지 가라앉을 만큼 힘들기도 하지만 또다시 바닥을 박차고 물 밖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 세상살이 흐리고 눈비 내리는 음습하고 쓸쓸한 날씨보다는 봄바람처럼 싱그럽고 희망찬 그런 어여쁜 날들이 많다고 믿기에 ‘다 지나간다’(13억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인 지셴린(季羨林) 선생께서 쓴 책의 제목)하면서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 보고 희망도 가져 본다. 우리네 삶에 이런 구석이 있어 살아갈 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중 어느 하루 비가 온다. 아이가 한 번 아프고 나면 훌쩍 크듯이 봄비 한 번 내릴 때마다 우리 집 정원의 나무들 빛깔이 달라진다. 새 생명의 기운이 감도는 자연과 함께 동백나무도 아름답게 꽃봉오리를 부풀려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력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꽃봉오리들을 살짝 쓰다듬어 본다. 탐스럽고 곱다랗게 맺어 있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한겨울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 내고 꽃을 피울 것이니 더없이 아름다울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낸 후에는 우리 모두도 더 건강하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되어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한껏 꽃봉오리를 키워 가고 있는 우리 집 정원의 동백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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