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신드롬’으로 버터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사)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

한 때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려졌던 지방이 오히려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까지만 해도 지는 제품군이었던 버터가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게다가 버터 인기에 편승한 천연마케팅으로 ‘천연버터’까지 나와 난리가 났다고 한다. 버터는 없어서 못 팔고 치즈, 삼겹살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 안 그래도 남아돌아 문제인 쌀은 더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지방은 항상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다. 1당 9 kcal(Cal)의 에너지(열량)를 제공하며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체내 흡수와 이용을 돕는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지방의 양은 평균 46.1g으로 하루 섭취 총열량(2,000kcal)의 20% 가량을 지방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식약처에서 제시하는 지방의 하루섭취권장량(영양소 기준치)이 50g이고, 세계보건기구(WHO)의 60g 이하 권고치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생각지 않고, 그 원인을 죄다 음식에 돌린다. 고기, 계란, 우유, 밀가루,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설탕, 소금, 첨가물 등등 누가 일부러 먹인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먹은 것인데도 “음식이 나빠 그렇다고 하고”, 그걸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그러나 약은 부작용이 생기거나 수면제 등을 남용해 과량 복용하고 자살한 사람의 책임을 수면제에다 돌리거나 만들어 판 제약회사에 물리지는 않는다. 유독 식품에만 그렇게 화풀이 한다.

작년 WHO산하 IARC에서는 고기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고기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더 많다. 고기가 주는 면역 강화효과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실제 고기를 잘 먹지 못하던 과거와 북한과 같은 빈곤국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더 짧다. 한국의 기대수명이 해방 전 45세 미만, 1960년 52.4세, 2005년 78.5세, 2016년 현재 82.2세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설탕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비만율은 폭발하고 있다. 비만율의 원인은 설탕이 아니라 총칼로리 섭취량의 증가였다. 즉, 주된 열량원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양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등 편리한 교통수단의 보급으로 운동량 부족 등도 거들었을 것이다.

지방을 떠나 건강을 해친 원흉인 나트륨, 당 등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양면적이다. 어느 음식도 예외가 없다. 약점을 후벼 파 해코지를 하려 한다면 모든 음식을 다 악(惡)으로, 독(毒)으로 만들 수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고지방 다이어트’가 무조건 지방을 많이 먹으라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비만 등 성인병이 걱정이라면 “저지방 식이냐, 고지방 식이냐, 저탄수화물이냐, 고탄수화물이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식사량을 줄이고 소모 칼로리를 늘여 체내 총 잉여 칼로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옳다.

음식이 원인이 돼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식품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음식이 무슨 죄가 있는가? 먹을 “식(食)”자는 “사람 인(人) + 좋을 량(良)”이다. 즉, 사람에게 좋은 것을 말한다. 오남용하고 탐닉하고 나쁘게 만든 사람이 잘 못이다. 죄 없는 음식을 나쁘게 만들어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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