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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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칼럼] 이팝나무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 승인 2020.05.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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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칼럼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정용우칼럼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은퇴 후 본격적으로 이곳 시골생활에 접어들면서 첫 번째 봄을 맞았다.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나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매화, 벚꽃 등등. 그런데 이번에는 이팝나무 꽃이다. 꽃송이가 나무를 온통 덮도록 달려서 멀리서 바라보면 때 아닌 흰 눈이 온 듯하다. 이팝나무 꽃이 한창 절정이니 봄이 그만큼 무르익었다는 이야기도 될 게다.

옮겨 심으면 중부 내륙에서도 끄떡없이 잘 자라기 때문에 요즘은 서울에서도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 제법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원래는 남쪽지방에서 주로 피어나는 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진주지방에 지천으로 피어난 이팝나무 꽃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다. 나무 한가득 흰 꽃들을 품어내면서 그 일대는 온통 하얀 꽃구름이 일어난다.

이팝나무는 ‘쌀나무’로 불린다. 겨우내 아껴먹던 쌀은 바닥을 드러내고 보리는 여물지 않았던 과거 이맘때 보릿고개 시절, 선조들은 쌀알처럼 생긴 이팝나무 꽃이 수북이 핀 것을 보며 고봉처럼 쌓인 흰 쌀밥을 떠올렸다. 그 소복한 꽃송이가 사발에 얹힌 흰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부르다가 이밥이 이팝으로 변해다고 한다.

이팝나무와 관련된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팝나무가 꽃을 피워내는 5월은 ‘가정의 달’인지라 부모와 자식과 관련된 이팝나무 전설이 격에 맞을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부모와 관련된 전설이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한 나무꾼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그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식사도 잘 하시지 못하고 누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얘야, 흰 쌀밥이 먹고 싶구나!” 하시는 것이었다. 식사를 하시겠다는 말씀에 너무 반가워 “예,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밥 지어 올게요.” 대답하고 부엌으로 나온 나무꾼은 쌀독에 쌀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걸 보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어떡하지, 내 밥이 없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텐데. 아니, 나 먹이려고 잡수시지 않을지도 몰라.” 지레짐작하며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는데,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다.” 나무꾼은 마당에 있는 큰 나무에 올라가 하얀 꽃을 듬뿍 따서 자기의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고, 어머니 밥그릇에는 흰 쌀밥을 담아 들고 들어가 “어머니, 진지 드세요.”했다. “하얀 쌀밥이 먹음직스럽구나.”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계시던 어머니는 오랜만에 흰 쌀밥을 맛있게 잡수시었다. “어머니, 정말 맛있어요.” 흰 꽃밥을 먹으면서도 어머니가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하시고 만족해하시는 걸 본 나무꾼은 너무 기뻐 큰 소리로 웃었고 아들이 웃자 어머니도 덩달아 웃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임금님이 가난한 나무꾼 집에서 모자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그 연유를 알아보게 한 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크게 감동하여 그 나무꾼에게 큰상을 내렸단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 나무를 이밥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난한 나무꾼의 효도방식이 눈물겹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식과 관련된 전설이다.

흉년이 들어 엄마의 품에서 빈 젖을 빨다 젖이 없어 굶어죽은 아기를 묻고 무덤 앞에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생전에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을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는 바램으로... 어쨌든 여기 전설에서 등장하는 이팝나무는 쌀밥에 한이 맺힌 가난한 선조들이 눈으로라도 배불리 먹어보자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던 희망나무요 치료목(治療木)이었던 셈이다. 결국 이팝나무 이야기는 쌀이 있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이팝나무 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그 고통도 그 절정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의 와중에 우리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희한한 사건들을 겪게 되었다. ‘쌀 사재기’와 ‘식량 수출 제한’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같은 전염병 외에도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식량위기는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대응태세를 통해 선진국 대열 진입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진국 여부를 구분하는 데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나 사회가 처할 수 있는 위험에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는지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 쌀을 포함한 식량은 그 중심에 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식량 확보는 좋은 일일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도처에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이팝나무 꽃들을 바라보면서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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