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속/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필자는 16년간 사이버대학에서 근무했다.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추구하며 출범한 대한민국 대표 사이버대학인 서울디지털대학의 등록금은 일반 대학의 1/4수준이다. 100%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한 학기 100만원 내외로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학기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학생들은 청와대에 등록금 반환청원을 하였고 더불어민주당 청년출신 비례대표인 전용기의원은 ‘코로나 19 대학생 등록금 환불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6월 16일 대학 최초로 건국대가 등록금 환불을 약속하고 학생들과 그 수준을 협의하기로 하였다는 반가운 소식도 이어진다. 일반대학들은 건물 등을 유지하기 때문에 사이버대학 수준으로 등록금의 3/4을 반환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1/2은 반환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예산 가운데 상당수는 대면 행사를 위해 편성된 항목들이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 가운데 많은 항목은 집행이 불가능해져 연말 불용예산으로 처리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집행 불가능 예산을 조정하여 기초 자금을 마련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물론 예산 조정만으로는 재원이 부족하여 추경을 편성한 것이고 이제는 적자국채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질주하고 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상황이면 대학의 예산도 연말이 되면 집행을 하지 못해 유보금으로 쌓여 대학의 재정은 윤택해질 것이 명약관하하다.

과거 교육부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두기 위해 대학에게 입시전형료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학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전형료를 낮추기 위해 입시전형료 수입은 입시 외의 활동에 지출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입시전형료를 내리지 않았다. 교육부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다며 다른 활동에는 쓰지 않고 입시전형료 수입을 모두 입시에 참가한 교직원들이 특별 수당으로 나누어 가졌다. 정부도 대학의 이러한 교묘한 술책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 이제 서울 소재 대학 교직원들은 입시와 편입 시기를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 가장 즐거운 날로 여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까지 대학들이 보여 왔던 행태를 보면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내세워 정부의 특별 지원을 통해 등록금 환불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벌써부터 국고보조금으로 등록금을 환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만약 국고보조금만으로 등록금을 환불하게 된다면 대학들은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연말에 엄청난 돈이 남아 교직원들이 돈 잔치를 벌일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데 만약 국고보조금으로 등록금을 반환하게 된다면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이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매우 불공정한 일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였다. 이를 위해 재난관리기금에서 3405억원, 재해구호기금에서 2737억원, 지역개발기금에서 7000억원 그리고 극저신용대출 사업비에서 500억원을 조성해 1조3642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였다. 이재명지사는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 경기도가 보유하고 있던 돈으로 경기도민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등록금을 이미 받았고 비용도 절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반환을 국고보조금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는 경기도 외의 예산으로 경기도민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발상이다. 더구나 많은 대학들은 엄청난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금을 탐내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교육부는 입시전형료를 낮추어 달라고 대학에 요청했던 실패를 경험삼아 국민들의 세금으로 대학등록금을 반환해주고 정작 대학들만 살찌우는 정책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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