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해바라기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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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칼럼] 해바라기와 나비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 승인 2020.07.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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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지금은 장마철이다. 장마철이라 하여 계속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도 보여준다. 이때는 모두가 바쁘다. 새들도 바쁘고 나비, 잠자리, 꿀벌 등 곤충도 바쁘다. 덩달아 나도 바빠진다. 어제 밤처럼 비가 심하게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날은 더욱 그렇다. 그간 내린 비에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는지 궁금하여 집 주변과 정원을 둘러본다. 감나무를 지지대로 삼아 예쁘게 피어 있던 능소화 꽃잎들이 감나무 아래에 엄청 많이 떨어져 있었다. 우리 집 능소화 꽃나무는 감나무를 감아 커 올라 간 탓에 마음껏 키를 키웠고 지금쯤이면 감나무인지 능소화 꽃나무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그 위세를 키웠으니 감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능소화 꽃잎이 얼마나 많겠는가. 얼마나 많이 떨어졌든지 땅이 붉다 싶을 정도다. 비에 젖어 있는 능소화 꽃잎에는 애잔한 생명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이런 나를 위로라도 하듯이 반대편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나 나를 반긴다. 해바라기는 한 그루만 피어 있어도 아름답지만 여러 그루 무리를 이루어 피어 있을 때가 더 아름답게 느껴져 우리 집에서도 지난해부터 몇 군데 그렇게 심어 키워보았다. 영화 ‘해바라기’에서처럼 그렇게 장관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흉내라도 내어본 셈이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태양의 꽃' 또는 '황금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이 ‘태양의 꽃’ 또는 ‘황금 꽃’이라 불리는 해바라기는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꽃대가 크고 꽃도 크게 피운다. 물론 다른 꽃들도 그렇긴 마찬가지지만 유독 해바라기는 햇빛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산홍 화단 앞에 한 줄로 씨 뿌린 해바라기는 햇빛을 충분히 받아 건실하게 컸지만 석류나무 근처에 씨 뿌린 해바라기는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꽃대도 약하고 꽃도 조그만 하다. 이런 해바라기는 비바람이 불면 곧바로 쓰러져버린다. 이 쓰러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오늘 같이 비구름이 걷힌 날, 내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일자로 지지대를 설치하고 줄을 쳐서 그 안에 해바라기를 들여놓는 작업이다. 이 작업 중에도 연신 나비들이 이리저리 꽃 위에 날라든다. 흰 나비도 있고 호랑나비도 있다. 나비들은 다른 꽃들에게는 잘 가지 않고 해바라기에만 몰려든다. 나비들이 해바라기 꽃을 특별히 좋아하는가 보다. 특별이 좋아하는 까닭에 어제 밤 비바람에 쓰려져 흙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볼품없는 해바라기 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라든다. 나는 이 나비들도 사람과 마찬가지여서 크고 튼실한 꽃, 보기 좋고 맛있어 보일 법한 꽃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큰 꽃 작은 꽃 가리지 않는다. 튼튼한 꽃 약한 꽃도 가리지 않는다. 비바람에 쓰려졌지만 다시 살아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해바라기도 똑 같이 대하고 똑 같이 애정을 쏟는다. 차별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 날라 다니는 폼이 더없이 여유롭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차별 없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여유롭고 우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저 나비들의 숨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내 삶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아마 자신을 한없이 가볍고 자유롭게 했기에 저렇게 여유롭고 우아하게 날아다닐 수 있으리라. 자신을 가볍고 자유롭게 하기 위해 모든 짐이나 부담을 들어내고 비워냈으리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남기고 모조리 비워낸 자들의 몸짓... 그래서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 보다. 이에 반해 우리 사람들은 오히려 무거움을 추구한다. 나비들과 다르다. 그래서 날지 못한다. 무언가가 부족하여 더 가지려 하고 더 이루려 하고... 그것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분노하고 원망하며 절망하고... 그것들이 우리 자신에게 짐이 되고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무거워진다. 우리 대부분은 이 복잡하고 무거운 짐을 그대로 지고 살아간다. 벗어던지고 비워내면 우리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가벼워져 저들 나비처럼 여유롭고 우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작업을 끝내고 거실에 앉아 활짝 핀 해바라기 꽃 그리고 차별 없이 이 꽃 저 꽃 여유롭고 우아하게 날아 넘나드는 나비들을 바라보는 나, 고요함과 한가로움 속에서 편안하다. 중국 고전 대학(大學)에 “편안한 이후에 능히 깊이 생각할 수 있다(安而后能慮).”고 했으니 오늘 하루 남은 시간은 저들과 함께 하면서 새롭게 내 삶의 질서를 구축해내야겠다. 부족해서 더 채워야 하는 삶이 아니라 덜어내고 비워내야 하는 삶... 그래서 나를 가볍게 만들어 해바라기와 더불어 놀고 있는 나비들처럼 여유롭고 우아하게 날 수 있도록 말이다. 결국 이 길이 진정 부자로서 사는 길이고 그런 삶이 결국 완성에 이르는 삶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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