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우리에게 쉼을 주듯이
몸이 아프다는 신호 또한
삶의 쉼표다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서
잠깐이라도 쉬어 보자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햇볕이 너무 뜨거워 금방이라도 살이 익을 것 같은 여름이다. 도로 위에 계란이 반숙이 되는 사진들이 올라온다.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에어컨 아래에서 쉴 수가 없어 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모든 것을 금방이라도 태워 없애버릴 듯한 위풍당당한 태양과 맞서고 있다. 이렇게 찌는 더위가 있으니 곧 비가 오겠다 싶어 일기예보를 찾아서 본다. 비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멀리서 다가오고 있다. 눈으로도 보이는 거리에 먹구름이 꼬리를 달고 우리 쪽으로 쫓아오고 있다. 곧 방송이 들려온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오고 있으니 안전을 위하여 조속히 건물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소리를 듣고도 우리는 잠시 갈등의 시간을 갖는다. 어차피 비가 그치면 다시 나와야 하니 잠시 피해 있을 것인지, 아니면 큰 건물 속으로 몸을 깊숙이 숨겨야 하는지 말이다. 우리는 들어가게 되면 혹 나오는 일이 힘들 것이 염려되어 간단한 피신을 택하기로 했다. 하늘이 푸른색이라는 우리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 양 온통 시커먼 색으로 변한다. 하늘과 땅에 존재하는 것들이 제 색과 빛을 잃고는 먹구름에 동조되어 오로지 한 색깔을 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조명마저도 그 역할을 잠시 접어두고 쉬고 있다. 단지 하늘 아래 있는 것은 조금씩 쉬어 가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우리도 이 덕분에 더위와의 싸움에서 물러나서 잠시 쉬어 간다.

자연이 우리에게 쉼을 주듯이 몸이 아프다는 신호 또한 삶의 쉼표다. 마라톤 선수는 목적한 곳을 열심히 뛰다가 음료수대가 있는 지점에서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그리고 더 힘을 내어 이전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인생에도 멈춤이 없는 질주만 있다면 심장이 터져버리거나, 몸에 힘이 다 빠져 바닥에 나뒹굴어야 할 것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니 더욱 쉼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간과 시기에 쉬는 것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고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받고서야 겨우 쉰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아픔은 고통인 동시에 우리를 살리려는 희망이기도 하다. 작은 아픔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쉬지 않고 허투루 보낸다면 우리의 삶을 관장하시는 높은 분은 우리의 의지를 죽음으로 여기시고 그 길로 인도한다. 우리는 절망하고 하소연을 해 보지만 결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삶의 쉼표로 여기고 잠깐은 쉬어 보자.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서.

차가운 차 한 잔을 들고서 창문 너머의 천둥번개도 바라보고 아픈 나의 몸도 관심을 갖자.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