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엔
녹록하지 않고 각박함 속에서도
빠르게 스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맞추며 유심히 들여다보는
낭만이 있었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정말로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있다. 아침이면 그분이 속해있는 SNS 밴드에는 좋은 글들이 사진들과 함께 다소곳이 올라와 있다. 늘 읽으면서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한결같이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 그저 감탄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분이 올려 준 글에 “너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말은 네가 그립다는 다른 표현이라는 글이 있었다. 그렇다, 분명 그 감정이 있기도 하다. 또는 반대로 더이상 관심이 없거나 그 관계를 끝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상반된 감정이 이 글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나는 전자보다 후자의 의미로 그 인사를 건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인사는 “식사는 하셨어요?, 밥은 먹었는가?”였다. 이 인사도 그분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는 반면에 그 만남의 어색한 순간을 빨리 모면하고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시대에 따라 우리의 인사말이 조금씩 또는 많이 변했지만 결국은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아가 인사는 사람에 대한 진솔한 감정이 잘 표현된 말이기도 하다. 오늘 너에게 “잘 지내고 있니?”라는 문자를 보낸다.

내가 보낸 문자 “너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말에 “달이 참 밝네요”라는 답이 왔다. 그 말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저 어젯밤에 너에게는 달이 고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는 다정하게도 설명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 일본문학에서는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문학적이지 못하다는 풍토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달이 참 밝네요!”라고 표현을 한다는 다소 긴 내용을 보내 주었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전지전능한 것으로 오해하고 살고 있을 수 있다. 진정한 그 의미를 알고 살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언제부터 이 곱디고운 말이 부정적이고 옳지 못한 행동 뒤에도 자연스럽게 붙어서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나간 시대의 사람들 감정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낭만이 있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위트와 여유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는 세상이라고 각박하지 않고 녹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들 세상에는 느림의 미학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스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눈을 맞추어가며 유심히 들여다보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온 우주를 두루 살피고 있는 달에게 감정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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