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지지 않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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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칼럼東松餘談] 지지 않는 정치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20.09.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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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지지 않겠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나는 결코 일본에 지지 않겠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좌시하지 않겠다, 엄단하겠다, 강력 대처하겠다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역대 대통령의 수사법과는 좀 다른 어법이다. 처음에는 위정 책임자의 자세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어법이려니 했지만 요즘 와서는 정말 쓰러뜨리거나 쳐부셔야 할 상대방이나 적이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듬고 베풀고 아껴주어야 할 국민조차도 내쳐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갈수록 강하게 드니 말이다. 말 그대로 곳곳이 싸움판이다.

처음에는 유치원장들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더니, 일본·미국과 힘겨루기 한판. 과거 정권과는 원전 폐기와 4대강으로 또 한판. 검찰 개혁한다면서 검사끼리 싸움을 맞붙이는가 하면, 부동산은 국민을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갈라놓는 것도 모자라, 청와대 비서진들끼리 멱살잡이. 조국사태 때는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세력 대결을 벌이게 하더니,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서는 교회목사들을 사이비로 모는 한편, 코로나와 목숨 걸고 싸우는 의사와 또 시비를 걸다가 판이 불리하니까 간호사와 이간질을 시도하는 등 무슨 일을 벌이든 어디에 손을 대든 하나같이 대립과 갈등,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신묘한 갈라치기 신공에 이제는 심한 피로감조차 몰려온다. 한편으로 결과 없는 싸움에 참 열심이고 부지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는 잘못이 지적되고 또 방향성의 오류가 드러나면 모두가 상대방의 탓이고,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비서진이 잘못한 것이고, 당초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고, 과거 당신네들은 잘못 안했냐고 물을 타고, 그것도 안 되면 이번에는 팬 덤을 동원해 상대방을 괴롭히고 폄하하는 여론전까지 확대한다. 자기반성이나 잘못을 시인하는 태도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무오류를 절대가치로 표방한다. 과거 운동권에 몸담았던 후배에게 이처럼 한 번도 겪어보지도 못한 정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답변은 운동권의 전통적인 투쟁방식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중심세력은 이른바 미제의 식민지화되어 있는 대한민국을 민족해방 시키기 위해 매사를 극복과 타파의 대상으로 보고,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정해진 지침에 따라 일방적이고 독선적이고 비타협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이고 배타적인 운동권의 시각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권의 이 같은 자신에 찬 행보는 178석이라는 압도적인 국회의원 의석이 배경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 정부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힘의 논리에만 치우친 나머지 정작 정책 수행에 는 진지한 접근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나 이해 집단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자파라도 서슴없이 장애물이나 방해물로 간주하고 진영논리를 앞세워 제거하거나 편을 가른다. 정책은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판단과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목표와 실천방안, 그리고 프로세스와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상되는 문제점의 해결방안도 사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그만두고라도 최근에 있었던 공공의대 분쟁에서 정부가 백기를 든 것도 결국 이런 과정과 절차가 빠졌거나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반드시 이겨야 이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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