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실상 하야선언" 탄핵절차 중단, 野 "탄핵 피하기 꼼수이자 계산된 퉁치기"

- 국회 탄핵표결 앞두고 3차 담화 전격발표…'퇴진 로드맵' 국회에 넘겨
- 탄핵·개헌 언급없어…與비주류·개헌파에 탄핵중단·개헌추진 메시지
- 野 "탄핵 피하기 꼼수이자 계산된 퉁치기"…탄핵 예정대로 추진
- 與 "사실상 하야선언" 탄핵절차 재검토 요구…비주류 '탄핵·개헌' 논의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조건부 사임을 선언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조건부 사임을 선언했다.(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

내달 2일로 예상되는 국회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본인 퇴진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국회의 탄핵 추진 여부를 포함해 국회 추천총리 문제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조기대선 일정 등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국회에 일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야(野) 3당 뿐아니라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비주류와 여야 개헌파들에게 탄핵 중단 및 개헌추진에 대해서도 일정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탄핵 탈출과 함께 정치판 흔들기를 통해 일방적인 국면 전환의 분위기를 유도해 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탄핵 피하기 꼼수 정치"라고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자 탄핵 피하기 꼼수"라고 비판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안 의결을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하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은 계산된 퉁치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환영 의사를 밝히며 퇴진로드맵 논의 착수를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이 모두 국회에 맡겼다.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 범위 내에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백지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며 탄핵절차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문제에 관해 여야 협상과 탄핵 절차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다음달 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탄핵소추안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소속 황영철 의원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 일정이 미뤄지거나 거부돼선 안 된다"며 "헌법, 법률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퇴진 논의는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는 2차 담화 이후 2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지난 4일 담화에선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오늘은 여러 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경위를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여러분이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4차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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