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악원 누리춤터가 주관한 '춤판을 통한 세상읽기, 전주한벽당 12곡
조선 영조 때의 문인 석북 신광수의 시문집 ‘석북집’에 들어 있는 詩
조선시대의 현실을 담아내며 우리나라 신화나 역사를 민요풍의 한시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

'전주 풍류를 담다' 리플렛 자료
'전주 풍류를 담다' 리플렛 자료

[소비자TV·한국농어촌방송/전주=박문근 기자]  추석명절 연휴 끝자락에 아주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노래판과 춤판이 벌어졌다.

4일 15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고 전통예악원 누리춤터가 주관한 춤판을 통한 세상읽기 ‘전주한벽당 12곡(全州寒碧堂 12曲) 전주 風流를 담다’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동리문화사업회의 후원으로 공연하였다.

한벽당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5호(1971. 12. 02 지정)로 1404년 집현전 직제학을 지낸 월당 최담이 지은 정자로 ‘한벽청연’이라 하여 전주 8경 중 하나며, 호남의 명승으로 알려져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던 풍류도량이다. 원래 옥처럼 항시 맑은 물이 흘러 바윗돌에 부딪히는 경치가 마치 ‘벽옥한류’ 같다 해서 ‘한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지방 관리의 연향과 기녀들이 가무를 즐기던 평양의 부벽루나 연광정과 같은 공연 공간이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제 제15호 한벽당
전라북도 유형문화제 제15호 한벽당

한벽당에서 연행된 검무를 상세하게 기록한 남공철(1760~1840)에 의하면 “청명한 햇볕이 내리 쬐이는 날, 한벽당에 올라 선 유생들이 전주천 물길에 실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시운(詩韻)을 내걸고 시조를 짓는 풍류의 멋을 즐겼다”라고 하였다.

‘전주한벽당 12곡’은 조선 영조 때의 문인 석북 신광수의 시문집인 ‘석북집’에 들어 있는 시로 전주에 사또로 부임하여 한벽당을 보고 직접 지은 12곡의 詩다. 사실적인 필치로 당시 사회의 모습인 농촌의 피폐상과 관리의 부정과 횡포, 하층민의 고난을 시의 소재로 삼았다.

신광수의 시는 그 시대의 현실을 담아내며 우리나라 신화나 역사를 민요풍의 한시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의 내용은 총 5부로 구성하였는데 제1부 한벽의 풍류 ‘풍월도’, 제2부 한벽의 해어화(解語花) ‘기생점고(妓生點考)’, 제3부 한벽의 검무 ‘쌍검대무(雙劍對舞)’, 재4부 한벽의 정담 ‘현금풍류(玄琴風流)’, 제5부 한벽의 연회 ‘수연례(壽宴禮)’를 부제로 가락과 춤이 한데 어우러졌다.

<풍월도>는 한벽당 12곡 중 1곡으로 ‘흙벽에 종이창 내고 종신토록 벼슬길에 오르지 않으리라’, ‘사람이 살면 몇 백년이나 사더란 말이냐 한벽당 속에 매일장 취하리라...’하며 한벽당의 아름다움에 한껏 젖어 살고픈 심정을 나타냈다.

<기생점고>는 한벽당 12곡 중 2곡으로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지고 매화는 한벽에 서려 향기로워라 비단병풍에 화촉 밝히니 은은한 불빛 붉은 볼에 맴돌며 되살아나는 기생의 자태’를 거문고와 춤사위가 한데 어우러지고 '전라 사또 도임(到任)하면 한벽당에 별난 봄놀이가 벌어지네...' 흥겨운 한판을 벌였다.

<쌍검대무>는 한벽당 12곡 중 3 곡으로 ‘한 칼은 땅에 두고 한 칼은 휘두르니 구름 안개 허공에 피어나고 그 기예 절묘하니 많은 이들 너로 인해 애태웠나’, '전주의 여아(女兒)가 남장을 하고 한벽당 안에서 검무를 추네...' 한과 흥의 애절함으로 쌍검무로 표현하였다.

<현금풍류>는 한벽당 12곡 중 12곡으로 ‘한벽당 누각 아래 완산천 너그럽고 차고도 푸른 기운 상기로 남았거니 난간마다 옛정이 서렸구나, 못 다한 시조 한 수로 오롯한 맘 전하네’, '한벽당 앞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 난간에 비친 사람 꽃처럼 곱고나...' 풍류의 기개와 고결함을 나타내었다.

<수연례>는 한벽당 12곡 중 4곡으로 ‘진달래 꽃 피고 한벽당 내에 연희의 흥취가 기녀들의 치마폭에 흐들어지고’, '봄날 함께 어깨 가지런히 하며 가벼운 티끌 밟아 한벽당에서 풍악 연습을 하고 돌아가는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과 기품을 나타낸 춤은 일품이었다.

'전주 풍류를 담다' 리플렛 자료
'전주 풍류를 담다' 리플렛 자료

‘춤판을 통한 세상읽기 전주한벽당’을 주제로 기획한 이번 공연에는 피리에 김성엽(KBS국악관현악단 수석), 거문고에 권민정(땅끝해남 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명창에 박정민(상주민요명창경연대회 대통령상)과 소민영(박동진 명창 명고대회 명창부 대통령상), 김종환(국가무형문화제 제45호 대금산조 이수자), 최잔디(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 김소리(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기악부 차상) 등 출연자 대부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인들이 함께 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로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고 현재 사)동리문화사업회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중규를 중심으로 송혜란, 곽나은, 조정선, 박소리, 이사라, 정영진, 공희정, 박지윤이 출연하여 춤사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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