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려와 소통에서 멀어졌고
그 멀어진 곳에는 아집이나 고집이…
감성은 무뎌졌고
새로운 기회에는 겁을 낸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꽃이 피는 시기도 꽃이 지는 시기도 말이다. 간혹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계절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면 우리는 또 이해하고 기다리기도 하고 즐기기도 한다. 조금 예상을 벗어난다고 해서 짜증을 내는 그런 속 좁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때를 기다릴 수도 있고, 오로지 남의 탓만 하면서 전전긍긍 현실에서 도피하는 사람도 있다. 기다린 사람은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 행복하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은 꽃을 즐기지 못하고 지는 꽃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자세에 따라 인생도 바뀐다. 순간순간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 모두 행복하고 즐겁지는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행복한 순간만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세상의 일을 모두 알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내가 꿈꾸는 일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었다. 성인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배려와 소통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되풀이할 필요도 없으며, 늘 용감하고 이해가 넘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고 인생이라는 것을 살아보니 아직은 내가 꿈꾸던 세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려와 소통에서 멀어졌고 그 멀어진 곳에는 아집이나 고집이 생겨났다. 감성은 무뎌졌고 새로운 기회에는 겁을 낸다.

도전이라는 익숙한 단어는 이미 단어장 깊숙이 숨겨두고는 강한 척 허세를 부린다. 내가 가지 못한 길에서 나보다 먼저 걸어간 사람들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불평과 지적만 많았다. 나는 그저 나이만 먹는 사람이었지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하면서 말이다. 예전에 익숙한 일들을 고집하고 그저 그렇게 어른 역할을 대충 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