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져 간다
좀 더 여유로워지고
좀 더 나다워질 시간이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나이가 들면 어른이 당연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월만 그저 믿고 따라가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늙어가는 것뿐이었다. 세상은 나의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나이를 먹기 위해서도 살아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했고, 그 당연한 진리를 지켜내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숨을 쉬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나름의 진리를 세우고 힘들게 버티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져 간다. 지키기 위해서 감수해야 했던 것들에 대한 막연한 서운함과 후회, 세월이 주는 서글픔이 한꺼번에 찾아든다.

그러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버리기도 하고 다시 나의 시선으로 채워 넣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채워졌던 모든 것들은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했다. 떠날 것은 떠나고 또 언젠가는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 채비에 나는 말도 못하고 서운함만 커지고 있다. 내가 목숨 걸고 지키려고 했던 것들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나 싶다.

인생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인생마저도 내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나다워질 시간이다. 시간도 많이 흘러 오늘처럼 나이를 먹었고 또 얼마나 나에게 시간이 남아서 살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시작이 있었고 과정이 엄연히 있었으니 결과도 있을 것이다. 이 결과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결과를 늦추는 일은 가능하지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의 마지막이 있음에 오히려 고맙다. 그 결과가 없는 듯 열심히 살아왔고 또 그 결과가 있음을 알기에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의 인생이 전적으로 나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온전하게 타인의 것도 아니었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한 것이었고 그 선택의 책임도 나의 몫임을 잘 안다. 너에게 또는 너희들에게 핑계를 돌릴 수도 있지만 모두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핑계를 삼고 싶지 않다. 나에게 추억을 주었고 살아있을 이유와 살아야 하는 용기를 주었다. 비록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내 인생이었지만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시간들이 좀 여유로워졌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