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 경제의 탄탄한 기반을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께서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영면에 들어갔다. 보통 삼성전자 하면 대기업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구체적 숫자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증권시장에는 2020년 10월 27일 기준으로 2239개의 기업이 상장되어 있다. 기업이 상장되었다는 것은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239개 기업 가운데 코스피에 797개, 코스닥에 1442개 상장되어 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전체 1910조 원 가운데 코스피가 1607조 원 코스닥이 303조 원이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의 시총은 357조 원이다. 코스닥 기업 1442개 모두를 합친 것보다 큰 수치이며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2%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 한 개 기업만 본 수치이며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를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커진다. 시총 6위 삼성바이오로직스, 9위 삼성SDI, 13위 삼성물산, 21위 삼성에스디에스, 23위 삼성생명, 30위 삼성전기, 34위 삼성화재, 79위 삼성중공업, 81위 에스원, 91위 삼성증권, 108위 제일기획이 있다. 여기에 비상장 자회사까지 합치면 거의 한국 경제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비단 삼성그룹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닥에 등록된 탄탄한 전기 전자업체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들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 장비 및 소재 업체들은 삼성전자에 납품한 이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1960년대 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인건비가 상승하자 집적회로인 IC(Integrated Circuit) 조립 공장을 아시아 저임금 지역으로 옮기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IC는 기판에 반도체 부품을 삽입하고 배선하여 집약한 것을 가리킨다. 이를 반도체 기판 혹은 칩이라고 부른다. 당시 한국은 반도체를 생산할 기술력이 없었고 미국에서 원재료를 가져와 단순히 IC라는 전자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1974년 1월 설립된 손목시계용 IC칩과 트랜지스터칩 조립 업체인 한국반도체가 12월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건희 회장은 사재로 이를 인수했다. 그리고 그는 단순 조립 수준에 있던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매진하여 1986년 7월 1메가 D램 메모리반도체를 시장에 내놓았다. 8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삼성전자는 64메가 D램 개발로 메모리반도체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였고 생산량을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 올렸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노력의 결과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세계 1등이 된 것이다.

그는 반도체에 이어 휴대전화에 주목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에 IM사업부를 설치하고 휴대전화 사업에 매진하였고 애니콜을 시장에 출시하여 휴대전화 세계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위협하였다.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애플의 아이폰과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그사이 모토로라는 존재감을 상실했다.

이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를 작동하는 반도체인 비메모리 반도체 즉 시스템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이유는 시스템 반도체에 전자기기가 종속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 집적회로 산업발전 추진 강요(国家集成电路产业发展推进纲要)’을 제정하여 반도체 투자기금 조성,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세수 지원, 인재육성 등의 세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9월 1390억 위안 우리 돈 23조 3533억 원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집행하였고 2019년 10월 2000억 위안 한화 33조 6020억 원의 2기 펀드를 조성하여 반도체산업 육성에 쏟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가 이룩한 성과를 따라가기 위해 14억 중국인들이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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