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의 「화 도연명술주」시를 살펴보기 전에 도연명의 「술주」시부터 살펴보자. 이 시에는 어떤 은유가 있는가?

「술주(述酒)」

-의적(우임금 때 사람)이 술을 빚고, 두강이 그것을 맛좋게 하였다. (儀狄造杜康潤色之)

重離照南陸 태양이 남녘 땅을 비추니

鳴鳥聲相聞 지저귀는 새소리 곳곳에서 들려오네.

秋草雖未黃 가을 풀 아직 시들지 않았으나,

融風久已分 봄바람은 이미 오래전에 흩어졌네.

素礫皛脩渚 흰 조약돌 긴 물가에서 빛나는데

南嶽無餘雲 남악에는 상서로운 구름 사라졌다네.

첫 구절의 분위기는 자연경관과 계절을 노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진의 황실이 점차 쇠약해져서 간사한 무리인 환현(桓玄)이 강릉에 자리 잡고서 정권 탈취의 음모를 꾸며 왕실이 위험에 처함을 우의(寓意)하고 있다. 불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豫章抗高門 예장이 조정과 대항하니

重華固靈墳 순임금은 무덤만 남기네.

예장(豫章)은 작위를 받은 유유(劉裕)를 가리킨다. 환현이 반란을 일으켜 자칭 황제가 되자 404년에 유유는 곳곳의 호걸들과 연계해 환현을 토벌하는 군사를 일으켰다. 유유의 군대는 비록 2천 명에 불과했지만 용맹하여 복주산 싸움에서 환현의 군대를 대패시켰다.

유유에게 황제 자리를 선양한 공제는 죽임을 당하여 억울한 무덤이 남아 있다. 중화(重華)는 본디 우(虞)나라 순임금의 호이지만 여기서는 동진(東晉 317-420)의 공제를 가리킨다.

流淚抱中歎 눈물 흘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傾耳聽司晨 귀 기울여 새벽닭 울음소리 듣네.

공제를 생각한 도연명은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 탄식한다. 슬픔에 젖어 뒤척이다 보니 새벽닭이 운다. 밤을 꼬박 새운 것이다.

神州獻嘉粟 나라 안에서는 좋은 곡식 바치고,

四靈爲我馴 신령스런 네 동물도 나를 따른다 말하네.

백성들이 잘 익은 벼를 바치자, 유유가 그것을 공제에게 드렸다. 그러자 공제가 다시 그것을 유유에게 돌려주었다. 공제가 유유에게 곡식을 다시 돌려주었다는 것은 자신이 유유보다 실권이 없다는것을 의미한다.

이윽고 유유는 상서로운 조짐인 사령(四靈) 즉 기린 · 봉황 · 거북 · 용을 거짓으로 만들어 왕위 찬탈을 꾀했다.

諸梁董師旅 심제량이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자,

羋勝喪其身 미승은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네.

제량(諸梁)은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인 심제량(沈諸梁), 즉 섭공(葉公)을 가리킨다. 미승(羋勝)은 백공승(白公勝)을 일컫는데 초나라 태자인 건(建)의 아들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미승이 스스로 왕위에 오른 지 한 달 남짓 지나자 섭공(葉公)이 와서 초나라를 구했다.

여기서 심제량과 미승 이야기는 왕위를 찬탈한 환현(桓玄)이 유유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가리킨다.

山陽歸下國 산양공(山陽公)이 작은 나라로 돌아가니

成名猶不勤 이름뿐 오히려 할 일이 없었다네.

산양공(山陽公)은 한나라 헌제(獻帝)인 유협(劉恊)을 가리킨다. 위왕(魏王) 조비(曹丕)가 황제를 자칭하고 헌제를 내쫓아 산양공으로 삼았다. 이에 도연명은 유유가 진나라 공제를 내쫓아 이름뿐이고 할 일이 없는 영릉왕으로 삼은 것에 우의하고 있다.

그런데 조비는 헌제를 내쫓아 산양공으로 삼았지만, 여생을 누릴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유유는 공제를 폐위하고 나서 바로 시해했다.

卜生善斯牧 복식은 양치는 일을 잘했으며

安樂不爲君 안락은 충성을 다하지 않았네.

복생은 복식(卜式)인데, 서한(西漢) 무제(武帝) 때의 사람이다. 그는 양들을 기르면서 나쁜 양을 없애버려 다른 양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였다고 한다. 안락(安樂)은 한나라 때 창읍왕(昌邑王)을 지낸 유하의 신하이다. 그는 임금이 교만한데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도연명 지음 · 이치수 역주, 도연명 전집, 문학과지성사, 2005,p 186-191)

자계서원 (경북 청도군,  김일손을 모신 서원)
자계서원 (경북 청도군, 김일손을 모신 서원) (사진=김세곤)
존덕사 (자계서원 안 사당) (사진=김세곤)
존덕사 (자계서원 안 사당)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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