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은
느린 걸음의 과거와
빠른 걸음의 미래에
보폭을 맞추며 걷고 싶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 얼굴에 주름도 생겨나고 기억에서는 사람들의 이름이 지워지고, 말과 머리의 생각이 합의를 보지 못하는 그런 나이에 있다. 나의 말이 잘못되었음을 지적받는 일이 많아질수록 머리색은 희게 변해갈 것이며 허리는 조금씩 굽어질 것이다.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지만 사실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애써 나이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 탓으로 나는 내 나이를 살짝 덜어내고 기억하곤 했다. 그러다 놀라서 다시 나이를 세어본다. 너는 언제나 지금의 나를 보지 않고 젊음을 가졌던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 여전히 예쁘다고 말해준다. 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음은 아직도 나 역시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는 청춘은 신이 만든 것이고 나이는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그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월이나 시간 역시 신이 만들었다면 나이도 신의 영역이지 나의 영역이 아니다. 아마도 어떤 식으로 나이를 더해 가는지의 문제는 나의 몫인 것 같다.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지 그저 욕심 많고 심술궂은 성격 더러운 나이 든 사람이 되는지의 선택 말이다. 어른이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옳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주는 무게를 견뎌야 한다. 참을 줄 알고 내 것 하나를 덜어서 과감하게 줄 수 있는 어른 말이다. 그리고 눈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젊은 청춘들에게 자기주장만 옳다고 강요하는 철없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란다. 적어도 나는.

나의 과거를 기억하는 젊음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동행하여 한 방향을 향해서 걷는다면 걸음의 속도를 맞춰야 한다. 나의 현재의 시간은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아 날아가는 것처럼 빠른 속도를 내고 있고, 나의 과거는 길옆에 핀 들꽃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거북이걸음으로 온다. 적어도 나의 오늘은 주위를 살펴보고 느린 걸음의 과거와 빠른 걸음의 미래에 보폭을 맞추며 걷고 싶다. 때로는 기다림이 지루하고, 종종걸음이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해서 머리가 아프겠지만 나의 과거와 미래는 함께 걷기위해 양보해야 한다. 인생의 길고 긴 길에서 ‘나’라는 외로움을 버텨낼 자신이 있다면 마음대로 걸으면 되겠지만 나의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웃어줄 내가 함께 가기를 원한다면 기다리고 참아서 함께 그 길을 걸어보자.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