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조용히 최선의 노력으로 흐르듯
우리의 인생도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을 기만하지 않고
알뜰하게 흘러야 하는 것이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물은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것이 본래의 성질이다. 타의에 의해 흐르는 방향을 잊어버린 채 고여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물은 썩어서 지독한 냄새와 함께 나뒹군다. 해마다 찾아와서 세상 먼 곳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철새도 오지 않고 몸을 섞으며 놀던 물고기도 떠나고 없다. 아름답게 피던 앙증맞은 작은 꽃들도 모습을 감췄다. 무성한 이름 없는 억센 풀과 질긴 줄기만 무성하여 썩은 물을 부끄러운 듯 뒤덮고 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기척도 없다. 아니 사람들은 그 물웅덩이를 피해서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역한 냄새가 주인공이 되어버린 웅덩이의 물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나 지나가는 행인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물이 본연의 모습을 잃어갈 때 많은 의견들이 난무했을 것이다. 따끔한 충고도 있었을 것이고 따스한 관심의 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물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 책임지기 싫은 누군가들에게 피해자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우리는 흐르는 물이 주는 졸졸거리는 소리에도 감동을 받는다. 물은 돌멩이 하나에도 무심하게 지나는 법이 없다. 몸을 어루만지며 옷깃을 스쳐서 돌멩이를 지나고, 큰 바위라도 제 길을 막으면 수백 번 수천 번씩 바위와 대화를 나누며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길을 내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고 나면 또 물은 제 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막힌다고 멈추지 않는다. 정 물길이 아니다 싶으면 물은 몸을 낮춰서 돌아서 간다. 그래서 수많은 다른 물을 만나서 바다를 이루고 생을 마감한다.

인간의 눈에는 아주 천천히 흐르는 물이 멈추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물이 흘러야 할 길을 아예 닫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여서 희망을 단절당해버리고 삶을 포기하고 웅덩이에 주저앉아 있을 수도 있겠다. 물은 흐르게 두는 것이 최선이다.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로 인해 또는 타인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세상에 스며들지 못하고 흐르지 못해서 힘들게 하루를 견디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내지 못하면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이 조용히 최선의 노력으로 흐르고 있듯이 우리의 인생도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을 기만하지 않고 알뜰하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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