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는 을미사변 때 시해당한 민 왕후(1851∽1895)의 시호이다. 그런데 왕후의 시호는 여러 번 바뀌었고, 국장(國葬)은 1897년 11월 고종 황제 때 치러져서 명성황후로 추존되었다.

그러면 명성황후가 된 내역을 살펴보자. 1895년 10월 15일에 고종은 왕후의 승하를 반포하였다.

"지난번 변란 때에 왕후의 소재를 알지 못하였으나 날이 점차 오래되니 그 날에 세상을 떠난 증거가 정확하였다. 8월 20일 묘시(卯時 오전 5-7시)에 왕후가 곤녕합(坤寧閤 경복궁 건천궁 왕비의 침실)에서 승하하였다.“

10월 17일에는 대행 왕후(大行王后 민왕후를 말함)를 목욕시키고 염습(斂襲)을 행하였고, 10월 19일에는 왕후의 시체를 재궁(梓宮)에 넣었다.

10월 22일에는 대행 왕후의 시호를 순경(純敬)으로, 능호를 숙릉(肅陵)으로 하였다.

여담이지만 1882년 임오군란 때 민왕후가 충주로 피난 갔을 때 대원군은 국상을 선포했는데, 대행 왕후의 시호는 인성(仁成), 능호는 정릉(正陵)이었다. (고종실록 1882년 6월 17일)

그런데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4개월 되는 1896년 2월 11일에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였다.

아관파천 한 고종은 1897년 새해를 러시아 공사관에서 맞았다. 1897년 1월 3일에 의정부 찬정 김영수가 대행 왕후의 시호를 다시 정할 것을 상소하였다.

"지난해에 시호를 정할 때 역신(逆臣) 김홍집이 그 일을 주관하였기 때문에 의식 절차가 미비하고 모자람이 있었으니 존호(尊號)를 다시 정하소서”

이러자 고종은 대행 왕후의 시호(諡號), 능호(陵號) 등을 다시 논의하라고 명했다.

이러자 1월 6일에 의정부는 대행 왕후의 시호(諡號)의 망(望)은 ‘문성(文成)’ 【온 천하를 경륜하는 덕을 갖춘 것을 ‘문(文)’이라고 하며 예법과 음악을 밝게 갖춘 것을 ‘성(成)’이라고 한다.】, ‘명성(明成)’【온 천하를 밝게 내리 비치는 것을 ‘명(明)’이라고 하며 예법과 음악을 밝게 갖춘 것을 ‘성(成)’이라고 한다.】, ‘인순(仁純)’ 【어진 일을 하고 의로움을 행하는 것을 ‘인(仁)’이라고 하며 중정(中正)의 덕을 갖추고 화락(和樂)한 것을 ‘순(純)’이라고 한다.】으로 하고, 능호(陵號)의 망은 ‘홍릉(洪陵)’, ‘희릉(熹陵)’, ‘헌릉(憲陵)’으로 상주(上奏)하였다. 그러자 고종은 모두 수망(首望 1순위) 대로 정하였다. (고종실록 1897년 1월 6일)

그리하여 시호는 문성, 능호는 홍릉으로 정해졌다.

한편 고종은 1897년 2월 20일에 러시아 공사관에서 경운궁으로 환궁하였다. 고종은 3월 2일에 대신들과 대행왕후의 시호를 다시 의논했다.

고종이 말했다.

"오늘 경들을 부른 것은 대행왕후의 시호(諡號)를 다시 의논하기 위해서이다. 열성조(列聖朝)의 시자(諡字)와 서로 같은 것이 10여 번이나 되지만, 오늘 문성(文成)이라는 두 글자는 정종(正宗)의 시호 글자와 서로 같을 뿐 아니라 대수(代數)가 아주 가깝기에 못마땅한 점이 있다. 다시 부망(副望 2 순위)으로 정하려고 하는데 경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러자 김병시 등은 개정(改定)하는 데 대해서 공경함을 금할 수 없다고 찬성하였다.

그리하여 민왕후의 시호를 ‘명성(明成)’으로 개망(改望)하였다. (고종실록 1897년 3월 2일)

그런데 1년이 지나도 명성왕후의 장례는 치러지지 않았다.

1897년 10월 12일에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에 즉위하였고, 명성왕후를 명성황후로 추책(追冊)하였다.

11월 21일에 국장(國葬)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시해된 후 2년 2개월 만이었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의하면 “고깃값만 해도 6만 냥이 들고 상여꾼에게 호궤한 비용이 6만2천여 냥, 상여꾼은 7천 명, 등룡(燈籠)은 관례로 준비한 이외에 추가로 1,100쌍을 더 진열하였으며, 다른 비용도 이와 상당하여 다 기록할 수가 없다.”

장례비는 쌀로는 44,300여 섬 규모로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10억 원에 달했다. (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 3, p 106)

이리하여 명성황후는 서울 청량리 밖 홍릉에 안장되었다.

덕수궁 준명전 (고종의 편전) (사진=김세곤)
덕수궁 준명전(고종의 편전)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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