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역사 2부 – 무오사화 117회 김종직의 「화도연명 술주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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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역사 2부 – 무오사화 117회 김종직의 「화도연명 술주시」 (2)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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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직의 ‘도연명의 술주시에 화답하다[和陶淵明述酒]’ 시를 한 구절씩 음미하여 보자.

점필재 김종직의 「화도연명술주」시는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그 구성은 6구, 8구, 8구, 6구, 2구로 이루어졌다. 시의 특징은 많은 고사(故事)를 사용하고 우의(寓意)가 많다는 점이다.

먼저 첫 단락이다.

솥에도 오히려 귀가 있는데 鼎鐺猶有耳

사람이 어찌 듣지 못하리오. 人胡不自聞

임금과 신하는 존비가 달라서 君臣殊尊卑

하늘과 땅처럼 자리 나누어졌네 乾坤位攸分

간악한 이름은 반역을 한 때문이라 奸名斯不軌

멸족되어 후손이 끊어져 버렸네. 赤族無來雲

솥에도 오히려 귀가 있는데 鼎鐺猶有耳

사람이 어찌 듣지 못하리오. 人胡不自聞

솥(정 鼎)은 발이 세 개이고 귀가 둘 달린 음식을 익히는데 쓰는 도구이다. 그런데 귀가 달린 솥은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물이기 때문에 인지(認知)능력이 없다.

사람은 인지 능력이 있다. 사람은 귀로 듣고,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라도 염치(廉恥)가 없으면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죄의식이 전혀 없다. 요즘 말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내로남불, 남 탓만 하는’ 몰염치이다.

김종직은 윤리(倫理)가 실종된 시대를 걱정하고 있다.

임금과 신하는 존비가 달라서 君臣殊尊卑

하늘과 땅처럼 자리 나누어졌네 乾坤位攸分

조선 시대는 전제군주 국가였다. 임금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따라서 임금이 하늘이고 신하는 땅이라는 신분의 높낮이가 있다. 하지만 임금과 신하는 각기 직분이 나누어져 있었다. 임금은 하늘의 덕 즉 원융(圓融)한 덕을 지니고 신하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래야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의 삶이 윤택해진다.

간악한 이름은 반역을 한 때문이라 奸名斯不軌

멸족되어 후손이 끊어져 버렸네. 赤族無來雲

여기에는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이 드러난다. “착한 일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를 남기고, 착하지 않은 일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을 남긴다.” 즉,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을 지은 뒤의 결과가 복(福)과 화(禍)이다.

악업 가운데서 가장 나쁜 것은 반역(叛逆)이다. 전제왕조(專制王朝)에서 신하는 임금에게 복종하여야 한다. 신하는 그 임금이 좋은 정치를 하도록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어도 왕권에 도전하여 왕조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역성혁명은 반역으로 간주되었다.

설령 반역하여 권력을 잡았을지언정, 세월이 지나면 그 간사한 이름은 영원히 역사에 남는다. 뿐만아니라 그 후손들은 멸족이 되어 대가 끊어진다. 그만큼 조상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그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신하가 임금을 내쫓거나 죽이고 왕위에 오른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사례로 도연명과 김종직은 유유(劉裕 363~422)가 동진(東晋 317-420)의 공제(恭帝)를 419년에 선위의 형식으로 왕위를 빼앗고 다시 공제를 시해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우의(寓意)에 지니지 않는다. 실제 의도는 단종(端宗)의 왕위를 찬탈하고 그를 죽인 세조(世祖)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유를 세조, 공제를 단종에 비유한다면 세조는 단종을 시해한 간악한 이름의 반역자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성삼문 · 박팽년 · 이개 · 하위지 · 유성원 · 유응부 같은 사육신이 나와 절개를 지킨 것이다. 반면에 신숙주는 변절자로 역사에 남았다.

김종직 생가 앞의 동상과 비석 (경남 밀양시) (사진=김세곤)
김종직 생가 앞의 동상과 비석 (경남 밀양시) (사진=김세곤)
김종직 선생 상 뒷면 (사진=김세곤)
김종직 선생 상 뒷면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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