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신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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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신 이산가족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3.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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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국에서 귀국한 딸이
안심숙소를 거쳐 자가격리 중이다
포옹도 손잡기도 못했다
손잡고 벚꽃길 걸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봄바람은 휘날리고 꽃들이 지천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피고 있는데, 우리 마음은 그리움과 애틋함이 쌓여간다. 사람의 거리를 나라에서 관장하고 있는 시기는 더욱 멀게 느껴지고 점차 그리움이 병을 만든다. 타인에 대한 배려도 나의 건강도 이제 조금씩 풀어 놓고 있다. 꽃들은 이런 사람 마음도 모르고 저토록 아름답게 피고 있다.

며칠 전 미국에서 지내던 딸이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 전 미국에서 코로나 검사를 한 음성진단서를 가지고 왔음에도 한국에서 다시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 번 더 검사를 해서 집으로 오게 되었다. 집에 온다는 날짜에 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 아빠랑 나는 딸의 얼굴이라도 볼 요량으로 안심숙소 근처에 가서 전화를 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창문을 열고서야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윤곽만 볼 수 있을 뿐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돌아서는 길에 아! 이것이 신 이산가족이구나 싶었다.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애틋함 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집에 올 때도 차 두 대를 가지고 가서 아이 혼자만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격리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의 표현인 포옹이나 손잡는 일 따위는 전혀 할 수가 없다. 마스크 상태로 이름만 부르고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식사는 물론이고 모든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진다.

코로나는 가족의 거리마저 멀게 만들고 있다. 정으로 뭉쳐진 우리의 민족성에 가족이라는 이 끈끈한 그리움마저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야 하는 현실이다. 코로나의 알 수 없는 정체에 우리는 서로를 멀리하고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제는 나라의 역할을 넘어 개인 각자의 몫으로 잘 버티고 견디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봄의 찬란함이 우리를 밖으로 부르고 손짓한다. 혼자가 아닌 친구를 찾고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찰나의 봄이니 그렇겠다. 봄바람이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바람 부는 이 봄날에 나는 오늘도 혼자서 길을 걷는다. 이제 일주일 후면 딸아이와 벚꽃 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그때쯤이면 물론 마스크는 하겠지만 손도 만져보고 진한 포옹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체온이 그리운 봄날이 되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도 풀어내고 애틋함도 던져버리는 날을 바라면서 꽃망울이 제법 커져 있는 벚꽃나무를 유심히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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